하이트진로가 선언한 '소주 세계화'와 '진로 대중화'가 필리핀 주류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K-컬처 열풍 속 소주를 찾는 현지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FETV는 소주가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나가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로'의 경쟁력과 이를 가능케 한 유통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대중형 할인점 ‘퓨어골드(Puregold)’에서는 주류 뿐만 아니라 신선(Fresh) 코너에서도 진로 소주가 진열돼 있다. 또한 같은 지역 부촌(富村)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S&R’에서는 데낄라·위스키 옆에 배치됐다.
이는 필리핀 주류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진출 초기 한인 소비층을 중심으로 소주 소비가 이뤄졌지만 K-컬처 인기와 함께 현지인 구매 비중이 상승하며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퓨어골드의 주류코너와 신선코너에서 야쿠르트와 함께 진열된 진로 소주 제품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4939826766_908639.jpg)
하이트진로가 최근 현지 교민 수가 감소했지만 오히려 소주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퓨어콜드에서는 진로 소주를 음용하는 현지 소비자의 주류 문화의 반영, S&R에서는 주류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점으로서 분석된다.
또한 필리핀에서 유통·부동산 1위 업체인 SM그룹이 운영하는 몰 오브 아시아의 ‘하이퍼 마켓(hyper market)’에서도 진로 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한국 식당, 업소, 수퍼 등에서 현지인 중심의 유통채널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진로 소주의 유통망은 현재 현지 협력사인 K&L과 PWS(Premier Wine&Spirits, Inc.)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K&L과 PWS가 공급받아 필리핀 현지의 식당·업소를 비롯한 주요 유통채널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전부터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을 유통했던 업체는 K&L이다. 이곳이 담당하는 판매채널은 유흥(한국 식당과 유흥업소)과 가정(한국 수퍼·마트, 편의점)을 타깃으로 한다. 강정희 K&L 대표는 “진로 소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로 현재 2대 대표로 재직 중”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초기에는 한인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실상 현지에는 소주 개념이 없었고 일본 사케만 알려진 정도였다”며 “현지인이 소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소화해야 하는 물량이 많아졌고 이를 위해 지사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진로 소주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필리핀 업체 K&L의 직원. 그 뒤로 납품을 기다리는 진로 소주가 적재돼 있는 모습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4941308661_efb95e.jpg)
K&L은 현재 마닐라 2500스퀘어, 팜팡가 1500스퀘어, 세부 500스퀘어의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1000스퀘어 창고 하나에 36개의 컨테이너 적재가 가능하다. 1컨테이너당 1260박스(1박스당 20병)로 필리핀 전역으로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취급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클락(Clark) 지역에서만 월 10개의 컨테이너 이상 판매 중이다. 클락에서만 월 25만2000병 이상의 소주가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두자리 수 성장을 하다 코로나 시기 잠시 주춤했지만 현재 다시 성장률을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K&L에 이어 주요 협력사로 떠오른 PWS는 현지 식당, 주류 전문점, 유흥업소와 대형마트‧수퍼, 도매상, 리퀴드 스토어 등을 담당했다. 보다 필리핀 현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다. PWS는 코스코 캐피탈(Cosco Capital) 산하 주류 전문 기업이다.
코스코 캐피탈은 PWS 이외에도 S&R, 퓨어골드 등의 유통채널 운영사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현지에서 소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PWS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주요 점포의 주류 코너 속 유리한 위치에 진로 소주를 진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현지인이 야쿠르트와 섞어 먹는 주류 문화를 반영하면서 퓨어골드에서는 신선 코너에도 진로 소주를 배치할 수 있었다. 퓨어골드의 판매 전략이기도 하다. S&R에서는 데낄라가 진열된 곳 옆에 배치하고 대량의 진로 소주를 납품받아 행사를 진행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S&R에서 진로 소주 시음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4943577264_64f966.jpg)
니코(NICO) S&R 구매담당자(senior buyer)는 “필리핀에서 S&R은 주류 카테고리에 강점이 있는 곳”이라며 “특히 회원제로 운영되는 점포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도매사업자도 많이 오는데 소주 수요가 증가하면서 진로를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주는 다른 수입 주류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고 필리핀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며 “복숭아와 같은 과일맛 소주는 쉽게 볼 수 없는 콘셉트로 가족 단위로 마시기 위해 종류별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서는 필리핀에서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주류 브랜드와 경쟁을 하면서 ‘소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현지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주류를 섞어 음용할 때 ‘참이슬 후레쉬’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도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지표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 세계 주류 업체가 필리핀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뚫고 진로 소주가 성장을 해나가는 중”며 “아직까지 과일소주가 메인이긴 하지만 현지화가 진행되면서 레귤러소주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