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올해 3월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상법 개정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정치권의 줄다리기와 재계의 반발, 주주·금융권의 지지 속에 개정안은 갈림길에 섰다.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문제, 그리고 소수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재계는 법체계 훼손, 경영 불안, 과도한 형사책임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반면 개정안을 지지하는 쪽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한다. 주주충실 의무는 OECD는 물론 주요 선진국에서도 이미 제도화된 원칙이다. 한국은 GDP의 절반 이상이 소수 대기업 집단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 여전히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등을 돌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편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사회 운영 현주소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2024년 주요 5대 건설사의 주주총회 공고 공시 중 이사회 관련 내용을
[FETV=임종현 기자] 과거 우리카드 신임 대표이사(CEO)에겐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우리금융·우리은행 출신'만이 CEO가 될 수 있다는 조직 내 인식에서 비롯된 평가였다. 우리카드는 2013년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뒤 11년 간 6명의 대표이사가 나왔다. 이들은 지역, 출신 학교는 달랐어도 우리금융·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카드사 직원은 "지주나 은행 출신이 카드사로 오면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짧게는 2~3개월 동안 적응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카드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CEO 자리는 은행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랬던 우리카드가 먼저 관행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순혈주의' 타파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을 우리카드 CEO로 내정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 CEO 영입이다. 진성원 대표는 현대카드에서 마케팅·SME·금융사업실장·오퍼레이션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부터 전략까지 핵심 부서를 고루 거쳤다. 업계에서는 '실전형 전문가'로 통한다
[FETV=김선호 기자] 필리핀에서 맥도날드의 아성을 무너뜨린 패스트푸드 브랜드 졸리비(Jollibee). 최근 방문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도 졸리비의 인기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각 매장마다 치킨과 밥, 그리고 그레이비 소스로 구성된 대표 상품 ‘치킨조이’를 주문하기 위해 줄이 늘어섰다. 이외에도 ‘염버거(Yumburger)’, ‘졸리 핫도그(Jolly Hotdog)’, ‘졸리 스파게티(Jolly Spaghetti)’도 현지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다. 이러한 메뉴를 보면 맥도날드와 차별화한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상승시켜 나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유통 전문가는 벤치마킹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맥도날드에서도 필리핀 사람들이 ‘치밥’을 즐기기 때문에 진출 초기부터 해당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졸리비의 창업자는 직접 미국으로 가 마스코트 캐릭터, 유니폼 활용 등 맥도날드의 사업전략 등을 벤치마킹했고 여기에 보다 현지인에게 맞는 소스를 개발하고 경쟁사 보다 낮은 가격으로 메뉴를 선보이면서 빠르게 점포를 늘려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맥도날드가 점포를 열면 바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이미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에 들어섰다. UN(국제연합)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행정안전부가 분석한 2024년 주민등록 통계(2024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천 25만 6,782명으로 전체 인구의 20.03%를 차지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고령 인구 비율이 2035년에 30%, 2050년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은퇴연령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종을 울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66세(은퇴연령 인구)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에 해당하는 ʻ빈곤선ʼ 이하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한국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국가 중에서 아주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자료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상대적 빈곤율이 한국(39.3%)보다 높은 곳은 에스토니아(41.3%)뿐이다. 즉 OECD 회원국 중 2위 수준이다. 다음으로 상대
[FETV=박원일 기자] “부동산 취재하는 기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두 달여 동안 현장 취재를 위해 재개발 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면서 건네는 첫 멘트다. 절반은 관심 갖고 맞아주고, 또 절반은 의아한 표정으로 무심히 맞기도 한다. 그래서 들어서기 전에 살짝 떨린다. 보통의 취재는 회사 홍보담당자를 대상으로 사전 약속 하에 차 한 잔 혹은 식사 하면서 이슈에 대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부동산 전문가 혹은 지역주민은 낯설음에 긴장감이 커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피부에 와닿는 생생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 흥분감을 주기도 한다. 한편, 현장 인터뷰 포함 건설업 종사자들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지금의 부동산 경기·건설업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은 아파트 같은 주택·건축물, 도로·교량 같은 토목 등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지역 경제의 20~25%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건설업은 고용 창출과 내수 진작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불안 조짐이 뚜렷하다. 고용 기반이 흔들리고,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력도 약화되
[FETV=나연지 기자] 산업재해율 0.02%. 누가 봐도 훌륭한 수치다. 포스코가 지난해 본사 임직원을 기준으로 기록한 이 수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경영 사례로 해석될만 하다. 그러나 협력사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본사보다 훨씬 높은 재해율을 기록하는 협력사가 다수다. ‘본사는 안전하지만, 협력사는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ESG 공시를 통해 제시하는 재해율 수치는 대체로 양호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협력사 재해율이 본사보다 5~10배 이상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LG, 현대자동차, 한화, 포스코 등 다수의 주요 기업들에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0.0X%’라는 수치만을 앞세워 안전 성과를 강조한다. ‘일은 내 일이지만, 위험은 남이 짊어진다’는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점 중 하나인 위험의 외주화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재해율을 본사 임직원 기준으로만 산정하고 협력사 수치는 별도로 분리하거나 생략하는 방식이라면 ESG 공시는 ‘책임 회피’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재해율 공시가 법적 의무가 아닌 자율 항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마다 공시 형식과 지표가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