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코로나19 진단키트로 호황을 누렸던 엑세스바이오가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3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아 생긴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입장까지 부재한 상태다. FETV가 엑세스바이오를 둘러싼 의문을 살펴보고 그 실마리를 찾아 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엑세스바이오(Access Bio)는 최근 2025년 2분기 매출이 3억원에 도달하지 못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고 결국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와 같은 경우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주된 영업이 정지된 것으로 간주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엑세스바이오의 올해 2분기 개별기준 매출은 13만319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해당 분기 평균환율 1404원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1억8701만원 규모다. 이를 보면 영업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엑세스바이오의 주요 제품은 말라리아, 독감, 코로나와 같은 감염성 질병을 진단하는 신속진단 시약이다. 그중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미국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받은 코로나 진단 제품 5종이 주요 매출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엑세스바이오는 설립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다. 다만 이를 통해 얻은 수익 등 자금을 활용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 수혜를 얻었지만 이를 활용한 전략이 부재했다”고 말했다.
![엑세스바이오 연결기준 매출 [자료 엑세스바이오 IR]](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17261887_986420.jpg?iqs=0.4347446290908299)
◇말라리아에서 코로나 진단으로 '최호황기'
2002년 미국에 설립된 엑세스바이오는 초기 진단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구조를 지녔다. 주로 말라리아 진단 시약과 HIV 진단용스트립(반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올렸다. 2013년에는 국내에 상장해 233억원을 공모했고 이를 연구개발, 설비와 시설 자금 등에 투입했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까지 매출은 큰 변동을 거치지 않았다. 상장 후 2014년 연간 연결기준 매출은 3067만2684달러였고 2019년에는 3693만9637달러 정도였다. 매출이 급증한건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다.
2020년 코로나 진단제품을 판매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고 사상 최대 매출을 갱신하기 시작했다. 2022년 8억23만4602달러의 매출 최대치를 기록했고 같은 해 영업이익은 3억6317만2714달러에 달했다. 원화로 매출 1조1236억원, 영업이익 5099억원 규모다.
사실상 2019년 엑세스바이오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팜젠사이언스(옛 우리들제약)으로서는 ‘잭팟’이 터진 것과 같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에 진입하면서 매출도 급감했고 2024년 매출은 8245만1940달러로 주저앉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올해 2분기 개별기준 매출이 3억원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는 코로나 진단제품을 판매하기 이전인 2019년 2분기 수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9년 2분기 개별기준 매출은 839만7559달러을 기록했다.
이를 보면 본래 주요 매출을 일으켰던 말라리아 진단시약의 영업활동조차 이전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코로나 진단제품 수요 감소 속에 말라리아 진단시약 매출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2024년부터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예상 가능했던 매출 급감 '무방비'였나
IR활동은 2024년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기준 IR자료를 살펴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그러나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진 못했다.
![엑세스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기업 도약 비전 [자료 엑세스바이오 IR]](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179884275_7705e1.jpg?iqs=0.9334924057024288)
2022년부터 투자에 나서기는 했지만 매출 감소를 방어하지는 못했다. 엑세스바이오의 타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2022년 STIC Innovation Fund, GCT Semiconductor, 2023년 진캐스트, CuraPatient에 단순투자하고 비라이트 인베스트먼트에 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했다.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엔데믹에 진입하면서 엑세스바이오의 매출은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이 불가피했다. 이에 따른 방안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지만 결국 매출 감소를 방어하지 못하며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개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억1234만1272달러(원화 약 2981억원)로 2023년 말보다 오히려 늘었다. 부채비율은 20% 미만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주가는 지속 하락하며 최근 시총은 보유 현금보다 낮은 198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기존 말라리아 진단시약 생산·판매만 이전과 같이 이뤄졌어도 상장 폐지 위기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실적 부진에 따른 대응도 사실상 부재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보유한 대규모 현금을 활용해 인수합병(M&A)을 진행했더라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할 정도로 매출이 급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고 있다. 관련한 질의를 위해 엑세스바이오와 최대주주인 팜젠사이언스 IR·홍보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