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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생존이 목적인 회사엔 미래가 없다!”...회초리 꺼내는 롯데 신동빈

신동빈, 계열사 임원 참석하는 VCM서 질책성 쓴소리...위기감 고조
4대그룹 시총 70% 뛸 동안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줄줄이 실적부진
상위 30개 기업 중 롯데계열사 없어...롯데케미칼만 30위권 기록
4대그룹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 집중...롯데 신사업 전환 늦어
야심작 롯데온 시장반응 기대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나설까
호텔롯데 상장도 무소식...지난해 매출, 영업적자 동반 감소

 

[FETV=김윤섭 기자] 지난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계 5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롯데그룹에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를 강조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그룹의 근간이 유통과 식품부문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 4대그룹 시총 70% 뛸 동안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줄줄이 실적부진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종가 기준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2019년 말에 비해 8% 증가했다. 4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같은기간 35~85% 가량, 코스피지수도 4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등의 계열사를 제외하면 약 8% 하락했다. 화학을 제외한 전 사업이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시총 50위 안에 롯데케미칼(34위) 1개사 뿐이고, 100위권에는 롯데지주(82위)와 롯데쇼핑(94위) 2개사만 추가된다.

 

반면 재계 빅4 기업들은 시총 30위권에 굵직한 이름들을 다수 올렸다. 삼성 계열사가 7개(전자·바이오로직스·SDI·물산·SDS·생명·전기)로 가장 많았고 SK 5개(하이닉스·이노베이션·지주사·텔레콤·바이오팜), LG 4개(화학·전자·생활건강·지주사), 현대차 3개(지주사·기아차·모비스)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4대그룹이 각각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서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 반면 롯데그룹은 이렇다 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의 총 매출은 매년 하락 추세다. 2018년 84조원이었던 그룹 총매출은 2019년 74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도 감소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 상위 30개 기업 중 롯데계열사 없어...롯데케미칼만 30위권 기록

 

특히 그룹의 양 축인 유통과 화학이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점이 뼈아프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뒤쳐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향후 5년간 200여개 점포를 정리하는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출범하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롯데쇼핑이 출범시킨 통합온라인몰이다. 2년간 총 3조원을 투자할만큼 공을 들였고 출시 이전과 직후 업계의 큰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롯데온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 월 사용자수는 112만명으로 1위 쿠팡(2141만명)의 5.2% 수준이다. 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느린상황이다. SSG닷컴은 올해 목표였던 거래액 3조6000억원을 넘어 거래액 4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롯데온은 출시 초기 반복된 오류와, 계열사간 통합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통합시스템 등이 지적되면서 출시 초반 빠르게 치고나가지 못했다. 작년 하반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출시 초기에 받았던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다.

 

최근 매물로 등장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후보로 롯데그룹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약 16조의 거래액을 기록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두권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조원에 해당하는 높은 몸값이 책정된 만큼 당장 롯데그룹이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동빈 회장의 과감한 혁신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깜짝 인사를 통해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물러나고 지주 경영혁신실 임원을 전원 교체했고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승진과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이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또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대거 등용하면서 그간 그룹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과감함과 혁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2019년 연말 약 180여명의 임원을 교체한데 이어 2년 연속 대규모의 인사를 이어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로 승진과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여 체질 개선에 나섰다”며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 신동빈, 계열사 임원 참석하는 VCM서 질책성 쓴소리...위기감 고조

 

지난달 13일 진행된 올해 첫 VCM(사장단 회의)에서도 위기를 강조하며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였다.

 

롯데는 13일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각 사 대표이사, 롯데지주 및 4개 부문 BU(Business Unit) 임원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며 이는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 때 혁신하는 기업이 위기 후에도 성장 폭이 큰 것처럼, 올 2분기 이후로 팬데믹이 안정화에 들어갔을 때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동빈 회장은 사장단에 “각 사의 본질적인 경쟁력, 핵심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5년 후, 1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키는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며 다른 회사가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며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행된 롯데쇼핑의 과감한 구조조정도 신 회장의 핵심 전략이다. 몸집을 줄여서라도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3분기 매출액이 4조10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6.8% 증가한 1111억원, 당기순이익은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몸집줄이기에 들어선 만큼 매출은 줄었으나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다.

 

특히 대형마트(롯데마트) 매출이 1조595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160% 신장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부진점 영업 종료 등 경영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향후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며 "향후 2년내 총 200여개 매장이 감소하면서 가벼워진 손익구조가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효과는 2021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롯데쇼핑은 구조조정 대상 점포의 향후 3년 예상 적자를 6000억원 수준, 연간 2000억원의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 롯데쇼핑 고강도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박차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체질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등 회사 5개 사업을 총괄하는 HQ(헤드쿼터) 기획전략본부장에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영입하면서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획전략본부는 롯데쇼핑내 유통 계열사인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롯데쇼핑내 요직으로 분류되는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힌 것은 롯데쇼핑 창사이래 처음이다. 순혈주의를 타파한 사실 자체가 신 회장의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에도 나선다. 롯데그룹 유통BU는 지난달 1일 강 부회장 직속 TF인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를 공식 출범하고, 윤영선(46) 롯데정보통신 상무를 TF장 겸 CDO(데이터 최고 책임자)로 임명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IT공룡에 맞서 '데이터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강희태 부회장 직속으로 데이터 거버넌스 TF를 설치하고, 각 계열사에서 수집한 유통데이터를 한데 모아 맞춤형 쇼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윤 상무는 롯데그룹내 손꼽히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TF가 추진하는 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우선 지난 4월 출범한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은 출시 당시부터 ‘검색창이 없는 쇼핑몰’을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그들이 원할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 호텔롯데 상장도 무소식...지난해 매출, 영업적자 동반 감소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이 여러 전략을 통해 위기 탈출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수년간 미뤄지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 연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마지막퍼즐‘로 꼽힌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에서 지주사를 제외하고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다. 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분도 상당하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9월 30일 기준 롯데지주㈜ 11.04%, 롯데물산㈜ 32.83%, 롯데캐피탈㈜ 32.59%, 롯데지알에스㈜ 18.77%, 롯데쇼핑㈜ 8.86%, 롯데칠성음료㈜ 5.8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주주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일본의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19.07%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L 투자회사'로 이름지어진 다수의 일본 계열 회사들이 총 99.28%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이 일본 회사라는 비난을 받아온 이유기도 하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수년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고 사드 사태가 이어지면서 호텔롯데 상장은 계속 미뤄졌다. 2018년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고 2019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에서는 2020년을 호텔롯데의 상장 적기로 봤으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또 한번 상장이 미뤄지게 됐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호텔롯데의 지난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4623억원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상장 작업에서는 치명적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영업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며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단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했고 향후 5년간 현재 2배 규모까지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에 직접 참석하면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을 위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