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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출 앞둔 KB금융 노사 갈등, 그것이 알고 싶다

 

[FETV=유길연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 협의회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KB금융 노사 갈등의 이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을 살펴봤다.

 

● 노사, 회장 선임 절차·투명성 개선 인정

 

KB금융 노조는 이번 KB금융 차기 회장 절차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도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이 과거 대비 크게 개선점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 KB금융의 지주 회사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과정은 정부 인사가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 등 문제가 많았다. 지난 2014년 지주 회장과 행장이 반목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KB금융 사태도 낙하산 인사의 결과라는 평가다. 당시 당사자였던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재무부 관료 출신이며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도 금융연구원 교수와 연구위원장으로 근무한 정부 측 인사다. 

 

또 윤 회장의 첫 연임 여부가 결정될 당시 KB금융은 ‘셀프 연임’ 문제로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윤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돌입되던 2017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속해 있었다. 또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는 회추위원을 맡는 구조를 고려할때 윤 회장은 회장 선출에 관한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윤 회장은 노조로부터 차기 회장 결정권을 현직 회장이 휘두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윤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이후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사외이사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출 과정은 총 3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과 인선자문위원의 검증이 이뤄진다. 이러한 절차적 객관성을 확보한 덕분에 KB금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2년 연속 금융기관 1위로 선정됐다.

 

KB금융 노조도 사외이사 독립성에 대해서는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B금융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객관성 확보에 노력한 것은 맞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독립성 없이 회추위를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회장 선임 과정도 현재 모든 일정이 공개된 상태다. KB금융은 회장 후보자군(롱리스트)을 내·외부 후보 10인으로 선정해 매 반기 상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인물 가운데 오는 28일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 4인을 확정한다. 이후 다음달 16일에 숏리스트 인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 롱리스트 선정 투명성 ‘이견’...노조 ‘셀프연임 가능성’ VS 사측 ‘후보자 명예 보호’

 

노조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문제 삼는 부분은 10인의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 선정 방식이다. 노조는 회추위가 롱리스트 10인에 대해 회장 선출 과정에 참여할 의사를 묻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 의사를 묻지 않으니 롱리스트에 포함되는 외부인사의 경우 자신이 롱리스트에 포함됐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없다. 후보자들 간 경쟁을 위한 준비도 할 수 없다. 

 

노조는 이러한 방식으로 롱리스트를 결정하면 결국 윤 회장이 유리한 구도로 선출 과정이 흘러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롱리스트 후보군 중 평가 1위와 8·9·10위에 해당하는 인물을 숏리스트로 선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가 1위는 윤회장이 차지하고 나머지 하위권 인사들은 롱리스트에 포함됐는지도 몰랐던 외부인사가 될 확률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1위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경쟁을 위한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스스로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후보 선임 당시에도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가 숏리스트에 올랐지만 자진 사퇴했다. 노조가 ‘셀프 연임’ 우려를 다시 제기하는 이유다. 

 

이에 노조는 객관적인 선임 과정이 되기 위해 롱리스트에 뽑힌 10인의 후보자들에게 절차에 참여할 의사를 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유력 내부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장님의 경쟁구도를 위해서 의지와 상관 없이 들러리 용 숏리스트라도 참여를 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회추위는 문제점이 확인된 선임 절차를 즉각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KB금융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후보자가 롱리스트에 오른 것을 안 상태에서 숏리스트에 탈락하면 해당 인물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다만 노조가 주장하는 목적이 단독 후보의 인터뷰를 방지하는 것인 만큼 이번에는 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높은 순위의 후보부터 인터뷰 의사를 물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 윤 회장 연임 놓고 노조 "조합원 80% 반대’ vs 사측 "설문조사 대표성 없어"

 

노조는 또 KB금융의 계열사 노동자들이 대부분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다. 

 

노조는 이달 12일 소속 조합원 1만7321명을 대상으로 윤 회장의 연임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7880명 중 79.5%인 6264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단기 성과만을 내세우는 노동조건 악화와 직원 존중 및 보상 관련 의식 부족’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윤 회장의 임기 6년 동안 노조 선거 개입, 극단적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이 벌어졌다”며 “또 주요 계열사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노사합의를 위반하는 등 근로조건이 악화된 것이 이번 설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설문조사가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계열사 전체 임직원이 2만명이 넘는데 8000명 남짓한 설문응답으로 그룹 직원 전체 의견을 파악했다고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는 KB손보와 KB카드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두 계열사는 그룹 내에서 여러 사안에 대한 협의에 따라 설문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