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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한국판 아마존' 꿈꾸는 쿠팡 김범석의 '공격경영' 승부수

연이은 인재 영입 통해 외형성장·질적성장 노려
정치·언론계부터 글로벌 기업 전문가까지 폭넓은 영입
OTT서비스 훅·전자결제 하이엔티비 인수로 사업 다각화
쿠팡페이 본격 출범...‘상승세’ 간편결제 시장 도전장
1000억원 규모 음성군 첨단물류센터 설립...배송직원도 1만명 확대

 

[FETV=김윤섭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강자로 등극한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유통분야 사업다각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업체들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한 쿠팡과 김범석 대표가 새로운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한국판 아마존'이라는 목표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정치·언론계부터 글로벌 기업 전문가까지 폭넓은 영입 =쿠팡이 가장 공을 들이는 대목은 우수한 인재 확보다. 지난해 글로벌 인사들을 연이어 영입하면서 질적성장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쿠팡은 올해에도 정치권 인사 등 여러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쿠팡은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대관 업부를 담당하는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쿠팡은 지난 4월 15일 총선 이후에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5명을 대거 영입하면서 대관 업무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 부사장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서울시에서 정무보좌관·기획보좌관을 거쳐 2017년 12월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쿠팡 관계자는 “대관 업무 강화만이 목적이 아닌 인재영입을 통해 조직 인력을 강화한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달 20일에는 로켓배송 개발총괄에 전준희 신임 부사장을 영입했다. 전준희 신임 부사장은 국내 유명 정보기술(IT)기업 창업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구글, 우버 등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개발환경을 경험한 컴퓨터 사이언스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다.

 

전 부사장은 1993년 대학 재학 시절에 국내 대표 SW기업 '이스트소프트'를 공동 창업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1999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다양한 스타트업을 거친 후 2006년 미국 구글내 TV 광고 플랫폼팀 창립 멤버이자 수석엔지니어로 구글에 합류했다. 2014년 유튜브 TV팀을 창립하고 개발총괄을 담당하며, 제품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빠르게 성장시키는 역할을 주도했다.

 

전 부사장은 지난해부터는 우버로 이직해 점프 자전거, 킥보드 공유사업 등 1인용 이동수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 우버와 대중교통 정보를 실시간 연계하는 '우버 대중교통 서비스' 등 우버의 핵심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하고 리딩했다.

 

전 부사장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쿠팡의 혁신적인 배송 시스템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고객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는 회사의 일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쿠팡의 개발자로서 고객감동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또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가에 개발자들을 위한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오픈하면서 개발자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직원들은 개인 스케줄에 따라 잠실이나 판교 중 원하는 오피스를 자유롭게 선택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은 이번 공개채용 프로그램에 한해 합격자들에게 최소 5000만 원의 입사 축하금 성격의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하하기도 했다.

 

◆ OTT서비스 훅·전자결제 하이엔티비 인수로 사업다각화=쿠팡은 사업다각화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 OTT 서비스인 ‘훅’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인수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쿠팡은 지난 3월 청산 신청한 뒤 후크 디지털을 매입하는 거래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쿠팡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가격과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혹은 2015년 싱가포르텔레커뮤니케이션스, 소니픽쳐스텔레비전, 위너브라더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합작사로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전역에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제공했지만 경쟁에 밀려 지난 3월 청산 신청을 하고 4월 말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인수에 대해 아마존과 텐센트가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키워 온 것처럼 유통사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쿠팡이 훅의 자산을 인수한 구체적인 배경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유통사업의 총체적 경쟁력 강화 차원의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면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여겨지는 쿠팡이 미국의 거대 기업인 아마존을 거울삼아 음식 배달과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고 분석했다.

 

현재 OTT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여파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7801억원으로 추정된다. 2014년 1926억원에서 연평균 26.3%씩 신장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가격과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들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쇼핑 사업만 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비해 락인이 어렵다. 이번 인수는 콘텐츠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이 이미 누적적자가 큰 만큼 이번 인수가 경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조1531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7205억원으로 1조원대에서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 쿠팡페이 본격 출범...‘상승세’ 간편결제 시장 도전장=8월 1일부터는 쿠팡페이를 공식 출범하면서 핀테크 사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쿠팡페이는 ‘쿠페이’ 결제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핀테크 사업 부문을 분사해 지난 4월 설립한 쿠팡의 핀테크 자회사다. 대표이사는 핀테크 사업부 기술총괄을 맡고 있는 경인태 시니어 디렉터가 맡았다. 2015년 도입된 쿠페이는 현재 약 1000만명 정도의 인원이 사용하고 있으며 거래액 규모로 네이버페이, 스마일페이에 이어 국내 3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쿠팡과 쿠팡이츠 등 쿠팡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향후 범용성을 경쟁사들처럼 빠르게 넓히는 것이 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 일정 금액을 미리 충전해두고 결제 시 지불할 수 있는 선불 충전식 결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점도 약점이다. 이에 쿠팡페이는 우선 과제로 결제 수단 확대와 외부 사용처 확대를 선정하고 사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간편결제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간편결제 서비스의 전체 결제액은 80조1453억원으로 간편결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6년(26조8808억원)보다 약 3배 증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전체 가입자수도 2018년 1억7000만명에 달하고 이용건수도 지난해 23억8000만건으로 2016년에 비해 2.8배 성장했다.

 

 

◆ 1000억원 투자 음성군 첨단물류센터 설립...배송직원도 1만명까지 확대=쿠팡은 쿠팡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물류센터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더욱 촘촘한 배송·물류망을 구축해 배송강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쿠팡은 지난달 24일 청북도 음성군 지방산업단지에 대규모 첨단물류센터인 '금왕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전국 로켓배송 생활권 구축을 위한 물류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금왕 물류센터는 약 3만 평 규모로 오는 2021년 8월에 완공될 예정이며 총 투자 비용은 1000억원에 이른다. 쿠팡은 금왕 물류센터를 충청도 전역의 로켓배송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여기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품 관리 시스템, 작업자 동선 최적화, 친환경 물류 장비 등을 도입해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첨단물류센터로 선보일 방침이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는 “물류센터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 좋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쿠팡은 전국을 잇는 물류네트워크를 활용해 더 놀라운 고객 경험을 만들고 고객들이 이 경험을 당연한 일상으로 느끼도록 계속 투자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송직원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쿠팡은 올해 들어 배송 직원을 5000명 증원해 총 1만명 수준으로 늘렸다. 2014년 50명에서 200배 증가한 수치다.

 

고명주 쿠팡 인사부문 대표는 “쿠팡은 안전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물량이 늘었지만 쿠팡은 주5일 52시간 근무제, 연 15일 연차 등 지입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른 화물 운송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올해 코로나19 속 언택트 소비가 자리잡으면서 연매출 10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지난해처럼 적자 폭을 줄여나간다고 가정할 때 수년내 흑자전환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삶에 녹아든 쿠팡이 한국판 아마존으로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