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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이익' 줄여야 하는데...

DLF 사태 등 악재에 의존도 늘어 ‘고민’

 

[FETV=유길연 기자] 시중은행의 비(非)이자부문 강화가 각종 악재를 만나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은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파생결합증권(DLF) 원금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지연 등 악재로 비아지이익 증대에 난황을 겪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총영업이익 대비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포인트 올랐다. 총영업이익은 줄어든 반면 이자이익은 늘어나면서 이자이익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4대 시중은행의 1분기 총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약 1%(391억원) 줄어든 6조5020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2%(1223억원)늘어난 5조7570억원이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이 모두 올랐다. 특히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5%상승하면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이자이익 의존도가 가장 심화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포인트, 4%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이자이익 비중이 2%포인트 하락했다. 

 

당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저금리 현상이 심화되면서 은행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로 올 1분기 4대 시중은행들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률(NIM)의 산술평균은 1.44%로 작년 4분기 말(1.46%)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NIM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이자이익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잔액은 작년 말에 비해 5%(42조5472억원)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채권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자금을 자체조달하지 못한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크게 늘렸다. 

 

반면 비이자부문의 이익은 줄었다. 4대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7450억원으로 작년 동기(9064억원)에 비해 18% 감소했다. 외환시장 변동으로 외환거래 손실이 늘어나고 신탁부문의 수수료수익이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은행들은 최근 이자이익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비이자부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예대마진에 크게 의존한 수입구조를 갖게 되면 국내 경제의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수익성 하락을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국내은행의 높은 이자부문 의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훈 한국은행 금융시스템분석부장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수익 구조가 이자이익에 편중된 상황 하에서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순이자마이 축소되고 있는 데다 국내 자산시장 협소 및 해외진출 제약, 규제 강화, 저성장 등으로 인해 대출자산 규모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은행들이 처한 문제를 꼬집었다. 

 

은행들이 금융상품 판매와 신탁 사업 확장 등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WM부문을 통해 은행은 수수료이익을 늘려 이자부문 편중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은 DLF·라임펀드 사태로 WM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 1분기 신탁 수수료수익은 작년 동기에 비해 150억원 가량 줄었다. 국내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도 3월 말 기준 23조5805억원으로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라임펀드 투자자들에게 선지급 형태의 보상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WM사업 자체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우리·하나은행을 포함한 7~8곳의 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30%를 미리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원의 판단이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은행이 투자손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투자자의 무분별한 투자와 손실의 책임을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은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선 은행 WM에 대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LF·라임펀드 사태로 은행의 관련 사업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여러 안을 검토해 실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