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LG화학이 최근 기업가치제고계획 이행현황을 공시하며 지난해 제시했던 핵심 성장축 전략을 현 상황에 맞게 재정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업황 악화로 실적 둔화가 이어지자 성장 방향성을 다시 정렬하는 ‘두 번째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전지재료·신약을 3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2030년 매출 50조, ROE 10% 이상, 배당성향 30% 검토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EV 시장 확대와 바이오 수요 증가에 맞춰 석유화학 중심 포트폴리오를 전지·전지소재·바이오까지 확장하는 전략을 내세우며 성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정세 불확실성, 석유화학 시황 부진, 주요국 친환경 정책 축소 영향으로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둔화가 발생했다. 다만 HVO(친환경 바이오 오일)·Recycle 중심 지속가능성 사업과 전지소재 고객 다변화, 항암제 임상 진전 등 신사업에서 일부 성과가 나타나며 성장 방향 자체는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이행현황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성장축의 재편이다. 기존 3대 축에 석유화학 고부가 전환이 새롭게 포함되며 전략이 4대 축으로 재구성됐다. Sustainability는 단순 환경대응이 아닌 바이오·재활용(Recycle)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됐고 전지재료는 e-Mobility·반도체·AI 패키징 소재를 아우르는 전지·전자소재 사업으로 외연을 넓혔다.
신약 사업의 경우 항암 중심 글로벌 사업자로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단순히 분야를 넓히는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각 부문의 수익성과 시장성에 기반한 ‘구체적 성장 로드맵’으로 전환한 점이 지난해 대비 가장 뚜렷한 차이점으로 꼽힌다.
사업 구조조정도 전략 변화에 맞춰 진행됐다. 워터솔루션·에스테틱·편광판·편소재 등 비핵심 사업 매각이 일제히 단행됐고 석유화학에서는 SM·EO/EG·SAP 등 설비의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석유화학 부문은 자동차·반도체·의료용 고부가 소재, 전지·전자 소재 부문은 전장화·AI 시장 대응 소재, 신약 부문은 항암 신약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재배치하며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바꿨다. 축소·확장이라는 단선적 조치가 아니라 현황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 중심으로 영역을 다시 짜는 구조 재편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전략과 성격이 다르다.
재무 전략에서도 중장기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우선순위 기반의 선별적 투자, 순차입금 유지·감소를 통한 재무건전성 관리, 성과 기반 주주환원 체계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을 약 7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다만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여전히 2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단기간 주주환원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실적 부진이 상황에서 배당성향을 목표치인 30%로 당장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구조다.
결국 LG화학의 밸류업 성과는 전략 재정립 이후 실적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 고부가 석유화학과 전지·전자·바이오·항암 신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만큼 이들 신사업에서 안정적 매출과 수익이 나타나야 ROE 10%와 배당성향 확대라는 시장과의 약속이 실현될 수 있다는 평가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반도체·의료용 소재 확대 등 고부가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근본적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