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롯데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HQ체제를 폐지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롯데쇼핑의 해외법인 싱가폴홀딩스에 동남아 사업 전담 조직인 iHQ를 구축하는 안이 기로에 서게 됐다. iHQ 도입을 검토했던 롯데웰푸드도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롯데그룹은 인적 쇄신에 중점을 둔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HQ 체계를 폐지했다. 2017년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2022년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해 시너지를 도모하다 계열사 중심 책임경영으로 전환됐다.
BU와 HQ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련 사업 계열사를 ‘군’ 단위로 묶어 운영을 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의미한다. HQ 체제에서는 크게 유통·식품·화학·호텔군으로 계열사를 묶고 각각을 총괄하는 사령탑 HQ조직을 신설했다.
유통군HQ를 이끄는 수장은 외부 출신인 김상현 전 총괄대표 부회장이었다. 그는 2024년 하반기에 개최한 ‘CEO IR DAY’에서 동남아 사업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를 싱가폴홀딩스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유통군HQ 조직이 위치한 롯데쇼핑 측에서는 싱가폴홀딩스에 신설되는 iHQ에서 동남아 사업을 총괄하는 구조로 iHQ를 이끄는 대표도 선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싱가폴홀딩스는 동남아 법인을 소유하기 위해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에 불과했다.
지분구조를 보면 롯데쇼핑이 싱가폴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했다. 이어 싱가폴홀딩스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현지 법인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동남아에서 백화점과 마트를 운영하는 법인이 별도로 존재했는데 이를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에서 운영하는 구조였다.
사업부 별도로 각각의 동남아 사업을 진행하면 시너지를 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상현 전 부회장은 싱가폴홀딩스에 총괄 운영조직을 구성해 해외사업을 전폭적으로 확장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식품군HQ에서도 iHQ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는 안을 검토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 등이 속한 식품군HQ는 해외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통합 기획·전략 조직을 가동시키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통군HQ가 구축하고자 했던 iHQ와 협업도 이뤄내고자 했다.
그러나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각 사업군HQ 총괄대표가 사임을 하고 HQ체제가 폐지됨에 따라 iHQ 구축을 이끌 책임자가 사라졌다. 롯데그룹이 고강도 인적 쇄신을 위해 CEO 중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의 CEO를 교체함에 따른 결과다.
HQ 총괄대표에서는 이영구 식품군HQ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HQ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새로운 리더십 중심으로 혁신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용퇴를 결정했다고 롯데그룹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iHQ 구축안이 새로 선임된 각 사업부 대표의 선택에 놓이게 됐다.
유통군과 식품군HQ 총괄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 대표도 교체됐다. 백화점사업부 신임 대표로 아울렛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정현석 부사장이 승진 발탁됐고 마트·슈퍼사업부 신임 대표로는 롯데GRS를 이끌었던 차우철 사장이 승진하며 내정됐다.
이들의 해외사업 전략 방향에 따라 iHQ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 대표로는 혁신추진단장인 서정호 부사장이 내정됐다. 서정호 부사장은 혁신추진단장으로 롯데웰푸드 경영진단과 함께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왔다.
이에 롯데쇼핑 관계자는 “싱가폴홀딩스에 구축하고자 했던 iHQ와 관련한 사항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롯데웰푸드 측은 “임원 인사에서 새로운 대표가 내정된 만큼 이에 맞춰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