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정부가 연말까지 석유화학 사업재편 로드맵을 제시함에 따라 업계 간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FETV는 여수 대산 울산 등 주요 석유화학 산업 단지의 유력 통합 후보와 예상 감축 규모 등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
[FETV=이신형 기자] 정부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서 제출 시점이 연말까지로 제한된 가운데 울산 산업단지는 여전히 통합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 내부의 조정이 더딘 상황에서 S-OIL이 2027년 상업 가동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가 울산 산업단지 재편 논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에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S-OIL 등의 대표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세 기업의 합산 에틸렌 생산량은 약 174만톤 수준으로 국내 3대 산단 중 가장 작은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SK지오센트릭 66만톤, 대한유화 90만톤, S-OIL 약 18만2000톤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울산 산단 내 대표 석유화학 3사는 지난 10월부터 사업재편과 관련해 여러 논의를 시도했으나 각 사의 이해가 엇갈리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감축안 시뮬레이션은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설비 감축 합의나 합작 구조 도입 단계까지 진전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울산 산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S-OIL이 추진 중인 대규모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의 대주주인 아람코가 약 9조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에 건설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건설 프로젝트다.
샤힌 프로젝트의 경우정유공정 없이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공법이 주요 특징이다. S-OIL은 이러한 공법에 대해 “기존 석유화학사들이 보유한 납사 기반 NCC 설비와 구조가 전혀 다르다”며 “수직계열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사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강경돈 전무는 샤힌 프로젝트의 공정률이 73%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강 부문장은 동시에 “내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 하반기 시운전 후 2027년 상업 가동”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된 이후에 S-OIL은 약 180만톤 이상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울산 산단 전체 에틸렌 생산량을 단숨에 넘는 수준이다.
S-OIL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체 사업재편 흐름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샤힌은 정부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을 공시 및 컨콜에서 명확히 했다. 또 “정유공장 부산물을 원료로 활용해 가격경쟁력이 높고 수익성 자신감이 있다”며 “석유화학 불황이 경쟁사 신규 투자를 억제해 공급 조정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S-OIL 측은 샤힌을 감축 기조와 상충되는 ‘증설’이 아닌 고효율·저탄소 설비 기반의 구조전환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내 시각은 복잡하다. 정부는 납사분해시설 기준 최대 370만톤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울산 산단이 별도 감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체 재편 구조의 균형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S-OIL의 신규 라인이 2027년부터 가동될 경우 오히려 생산량이 확대돼 산단 배분 감축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울산 변수’가 업계 내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속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울산 산단은 에틸렌·부타디엔 등 주요 기초유분의 지역 내 공급 여건이 부족한 상태다. S-OIL은 샤힌 가동 이후 원재료 수입 물량을 대체하고 자체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울산의 재편 방향은 S-OIL 샤힌을 구조조정 테이블 안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시장에서는 기존 3사 간 감축 비율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가 예고돼 있는 만큼 울산은 여수·대산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재편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