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에틸렌 생산법인 LCI 가동을 시작하며 동남아 석유화학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수요 기반이 견조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생산거점을 구축해 중장기 체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LCI(라인) 공정을 올해 5월 완공하고 지난달 15일부터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총 5조7000억원이 투입된 LCI 프로젝트는 현재 가동률 약 80%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단순 설비 증설이 아니라 기존 인도네시아 자회사 LCTN(Lotte Chemica TitaN)의 밸류체인을 재구축하는 성격이 강하다.
LCTN은 기존에는 선박을 통해 에틸렌(석유화학 기초원료)을 공급받아 플라스틱 제품의 기본 원료인 PE(폴리에틸렌)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LCI가 본격 가동되면서 에틸렌을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게 됐다. 직접 파이프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물류비가 절감되고 공정 효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동남아를 전략기지로 삼으려는 롯데케미칼의 전략은 현재 석유화학 시장 수급 구조로부터 기인한다. 인도네시아의 에틸렌 자급률은 약 4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인도네시아는 내수 중심의 수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범용 석화 제품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는 동북아와 달리 가격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안정적 영업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 성낙선 CFO는 “동남아는 공급이 부족해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중장기 관점의 포트폴리오 재편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진행된 롯데케미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성낙선 CFO는 “해외에서도 동남아 중심으로 사업 구조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동북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시장 중심의 구조로 이동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 국면이 장기화된 범용 부문보다는 수요 기반이 확장되는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불확실한 업황 환경에서 의미 있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 실적 기여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곽기섭 기초소재 경영지원본부장은 LCI 프로젝트에 대해 “석유화학 시황 약세와 가동 초기 안정화 단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실적 기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가동률이 안정 구간에 진입하고 물류비 절감 효과가 반영되면 인도네시아 전체 법인의 손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역시 앞서 언급한 공급과잉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7861억원 영업손실 1326억원을 기록했다. 일회성 비용 감소·원료가 하락에 따라 적자 폭이 전분기 대비 축소됐으나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는 들어서지 못한 상태다.
종합해보면 이번 LCI 가동은 롯데케미칼의 사업축 이동을 상징하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동남아에서의 현지 공급력 확보는 성낙선 CFO가 언급한 ‘성장성 중심 재편’의 실질적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생산거점을 확보해 향후 현지 내수 확대와 동남아 전역으로의 판로 확장이 이어진다면 장기적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롯데케미칼이 업황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 중심의 사업프레임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관건은 인니 LCI의 운영 안정화와 동남아 수요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동남아 밸류체인 구축 전략의 기초가 되는 만큼 향후 투자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