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형지그룹의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은 2021년 계열사 형지글로벌 대표에 오르며 ‘2.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올해 간편결제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FETV는 형지그룹 오너 2세가 그리는 청사진과 이를 위한 재무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형지그룹 2.0시대를 열기 위해 오너 2세 최준호 부회장이 형지글로벌(옛 까스텔바작) 대표를 맡아 이끌었지만 결과적으로 적자가 이어지며 차입 불능 상태에 이르게 됐다. 적자로 인해 재무안정성마저 저하됐다는 의미다. 최 부회장이 내비친 의지에 비해 성적은 낙제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 부회장은 2021년 핵심 계열사 형지글로벌 대표로 선임된 후 ‘형지그룹 2.0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형지글로벌에서 브랜드·품목·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 개선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룹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최준호 형지그룹 부회장 [사진 패션그룹형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6427967239_8bc181.png?iqs=0.38251633922821526)
특히 창업주 최병오 회장의 장남인 최 부회장이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를 맡은 만큼 이에 따른 성과에 따라 경영승계도 속도가 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달리 형지글로벌은 오히려 매출 감소에 따른 적자에 시달렸다.
물론 최 부회장이 대표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골프웨어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에 따른 흥행을 누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2020년까지는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흑자경영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이 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4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 비용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그중 광고선전비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7% 증가했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 증가가 오히려 적자를 야기한 셈이다. 이러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형지글로벌의 대리점, 백화점, 아울렛 등의 매장은 2020년 약 200개였다가 2024년 117개로 줄었다.
![형지글로벌 연결기준 실적 현황 [자료 형지글로벌 사업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6432262996_c5db48.jpg?iqs=0.7181572305143847)
이러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연결기준 매출은 2020년 673억원에서 2024년 398억원으로 4년 새 40.8% 감소했다. 까스텔바작 브랜드 이외에 라이선스·소모품 매출 등은 2024년 23억원으로 2020년(9억원) 대비 150.3% 증가했지만 전체 실적으로 보면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임원진도 전격적으로 교체됐다. 최 부회장이 형지글로벌 대표로 선임된 후 2021년 말 기준 주요 임원은 BYN블랙야크 출신 강태수 전 사업총괄 부사장, 크래프톤 출신 박상진 전 경영관리본부장 전무, K2 출신 서정민 전 NewBiz. 본부장 전무로 채워졌다.
이들 중 오너가를 제외하면 현재 형지글로벌 임원으로 남아 있는 경영진은 없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임원 현황에 이름을 올린 경영진은 디자인실을 맡고 있는 이승혜 전무, 영업팀을 담당하는 백승환 이사다.
적자경영, 점포 구조조정, 임원 교체 등이 진행되는 동안 형지글로벌이 보유한 까스텔바작 등 상표권의 가치도 하락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모기업인 패션그룹형지로부터 151억원에 취득한 상표권은 87억원의 손상차손이 누적되며 2024년 장부가로 64억원이 됐다.
또한 지난해 금융비용도 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1% 증가했다. 영업손실에 이어 상표권 가치 하락에 따른 기타비용, 금융비용 등 출혈이 커지면서 2024년 당기순손실은 163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직전 연도 대비 258% 증가한 수치다.
최근 유상증자를 위해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은 금융기관 차입을 위해 여러 대주단들과 합의했지만 수익성 저하로 4개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차입이 제한됐다. 패션그룹형지가 지급보증 등 강화된 조건을 제안했지만 차입금 조달이 불가했다.
더불어 2025년 4월 말 별도기준 약 33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상황이라고 투자설명서에 기재했다. 같은 기간 외상매입채무 91억원도 상환할 수가 없는 규모다. 급여, 이자지급 등 현금 지출까지 고려하면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기도 힘들었던 양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유상증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형지글로벌은 까스텔바작의 비효율 매장을 정리한 후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며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있는 중”이라며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을 바탕으로 하반기 해외 시장 확대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