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항암 기술의 진보는 오랜 시간 인류 생존과 직결된 과제였다. 그중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각자의 전략으로 ADC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FETV가 ADC 산업의 현황과 기업별 대응 전략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
[FETV=김주영 기자] 항체-약물 복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 치료제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낮은 부작용이라는 강점을 세워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의 다음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ADC 시장이 2028년까지 3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자 국내 제약사들도 ADC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암제 판도 바꾸는 ADC의 진화
ADC는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효능은 유지하고 부작용은 줄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만을 표적하고 링커를 통해 독성 약물을 결합해 전달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5%의 성장률을 보였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00억 달러(약 13조원) 수준이었으나 2028년까지 280억 달러(약 37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ADC의약품 전체 시장 가치.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6/art_17509148851596_f5e71e.png)
국내 ADC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2023년 기준 약 1138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으며 고성장세가 예상된다.
ADC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장됨에 따라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타기업과 차별화된 ADC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낮은 부작용은 대부분의 ADC가 공통적으로 확보한 특성이 된 만큼 업계의 경쟁 초점은 이제 ‘효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세포독성항암제가 여전히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로 시장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ADC 역시 치료 효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타깃 단백질을 차별화하거나 약물-항체 비율(DAR)을 높이고 링커 및 페이로드를 최적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효능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특정 암세포에서만 과발현되는 단백질을 공략하거나 내부화율을 높이는 항체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또 암세포 내에서 약물이 빠르게 방출되도록 링커 구조를 정교화하거나 약물 독성을 높여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대표적인 상용화 약물로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2013년 출시한 ‘캐싸일라’가 있다.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이 약물은 국내 ADC 치료제 시장에서도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여전히 주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가 몸집을 키우며 캐싸일라와의 경쟁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엔허투는 캐싸일라보다 무진행생존기간(mPFS)을 4배 이상 연장한 것으로 보고되며 다양한 암종에서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HER2 저발현 유방암에서의 효능이 두드러지며 새로운 표준 치료 옵션으로 부상했다.
◇국내 ADC치료제 개발 현황은
ADC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자 국내 기업들 역시 ADC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가켐바이오는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으로 지난해 말 얀센에 약 2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중이며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테오젠도 ADC 분야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형 변경을 통한 약물 전달 효율 개선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며 기존의 바이오베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셀트리온은 최근 식약처에 ADC 바이오신약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신약 개발 본격화에 나섰다. 기존 항체의약품 제조 경험을 기반으로 ADC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와 앱티스는 공동개발 형태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기존 항암제 개발 역량을 앱티스는 ADC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술 융합을 통한 시너지 확보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높은 치료 효과와 낮은 부작용, 다양한 암종에 대한 적용 가능성은 향후 시장 확장의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기술 수출과 글로벌 협력이 병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포지셔닝도 다양화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많다. ADC는 항체, 링커, 약물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이들의 조합과 안정성 확보가 기술의 핵심이다. 또한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높아 상업화를 위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항암제 시장이 점점 세대를 거듭하며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ADC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닌 필수 치료 옵션이 됐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정밀의료로 나아가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요즘은 ADC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어 많은 바이오 기업이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