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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오비맥주, 품에 안은 제주소주 ‘영업권은 없었다’

신세계L&B, 종속기업투자주식처분이익 '79억'
합병 후 유형자산 취득으로 처리, 인식 불일치

[FETV=김선호 기자] 오비맥주가 지난해 인수 후 흡수합병한 제주소주에 대해 영업권을 인식하지 않고 단순 유형자산으로만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에게 제주소주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사항이 제조시설 등 유형자산 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공시한 오비맥주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형자산 장부금액이 67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제주소주 유형자산 등을 포함해 734억원을 취득했지만 상각으로 602억원, 처분으로 73억원, 무형자산 등으로 대체된 145억원으로 유형자산 규모가 소폭 줄었다.

 

무형자산으로 대체된 145억원은 대부분 건설 중인 자산이다. 이에 따라 기타의 무형자산 항목에 해당 금액이 반영됐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M&A 진행 후 반영해야 하는 무형자산 중 영업권 항목에서의 변경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권은 인수 과정에서 매입한 모든 자산과 부채의 공정가치의 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 때 발생하고 이를 무형자산 항목으로 반영한다. 제주소주를 매각한 신세계L&B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오비맥주는 79억원을 영업권으로 인식해야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신세계L&B는 제주소주 지분 100%를 매각하면서 현금 200억원을 받은 것으로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 처분 순자산의 장부금액은 재고자산·유형자산·기타유동자산·기타유동부채 등을 모두 합산해 121억원으로 책정됐다.

 

200억원 중 121억원을 제외하면 신세계L&B는 종속기업투자주식처분이익으로 약 79억원을 남겼다. 법인세비용까지 제외한 세후 처분이익은 64억원이다. 주식매매계약으로 제주소주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비맥주는 79억원 가량을 영업권으로 인식해야 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를 영업권이 아닌 유형자산 취득만 장부에 기재했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 순자산 장부가보다 웃돈을 지불했지만 이를 영업권으로 인식하지 않고 인수 후 바로 흡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유형자산으로만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흐름표에서도 오비맥주는 투자활동 현금흐름 중 유형자산의 취득으로 786억원을 투입했다고 기재했을 뿐 관계 혹은 종속기업의 주식 취득 항목은 없었다. 현금흐름에서만 보면 오비맥주에게 제주소주 인수는 지분 매입이 아닌 유형자산 취득으로만 인식한 양상이다. 

 

신세계L&B로서는 제주소주 M&A 협상에서 웃돈 79억원을 받았지만 오비맥주는 이를 경영권 프리미엄 개념인 영업권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제주소주 인수 후 흡수합병하면서 이를 유형자산 취득으로만 장부에 기재한 셈이다.

 

오비맥주로서는 M&A 후 발생할 수 있는 영업권 손상차손의 우려도 생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권을 반영하게 되면 매년 자산손상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을 때 검사를 수행하게 되고 손상차손은 그만큼 당기순손익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오비맥주와 신세계L&B 간의 제주소주 주식매매계약에서 회계상 인식 차이가 생긴 건 실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한 후 ‘푸른밤’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2021년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수출용 과일소주을 생산하면서 재활로를 찾았지만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제주소주를 매각하기 이전 신세계L&B는 2023년 제조사업부(제주소주) 영업이익으로 마이너스(-) 21억원을 인식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카스와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겠다고 전했다. 카스와 제주소주 브랜드의 강점과 K-열풍의 성장세를 활용해 더 다양한 한국 주류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제주소주는 오비맥주에 흡수합병됐고 생산공장은 ‘오비맥주 제주공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기존 제주소주가 생산하던 제품 푸른밤, 킹소주24, 순수소주, 봄비소주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조보고를 마쳤고 특허청에는 ZZAN, JJAN, DOLDOL 등 영문판 상표권도 출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오비맥주는 추가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낼 방침이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1조743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661억원으로 55.9% 증가했다.

 

제주소주 지분 취득 내역 등이 감사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소주 인수금은 모두 제주에 있는 공장 취득 금액으로 모두 처리했다"며 "결산 시점이 연말이기도 하고 지난해 흡수합병을 완료하면서 지분 취득 내역은 따로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