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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 준비 나선 은행권...건전성 규제에 걱정 커진 '기업대출'

금리 인하 기조 속 내년 경기전망 불확실성 ↑
'기업대출 늘려야 하는데'...BIS 비율 사수 '과제'
하나·우리은행, 향후 행보에 시장 관심 쏠려 

 

[FETV=권지현 기자] 지난 수십년간 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성장한 은행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면서 우려감이 커진 분위기다.

 

국내 기준금리가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지역의 전운 고조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중장기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려야하는 은행들은 '건전성 걱정'까지 더하며 내년 사업이 '까다로운 고차방정식'이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각 사업부서는 2025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3분기까지의 영업 환경이 4분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3분기까지의 실적을 한해의 유의미한 영업지표로 삼고 4분기는 이듬해 자산성장 목표치 등을 세우는 데 시간을 쓴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는 가운데 국내 경기전망 반등 지표가 뚜렷하지 않아 은행들은 경영계획 수립에 애를 먹는 모양새다. 당초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전제로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이 감소하고 건전성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경기불확실성으로 건전성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A은행 관계자는 "지금이 금리 고점이라는 인식에 금리 인하를 전제로 내년도 은행권 이익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봤는데 이젠 그런 전망이 옅어졌다"면서 "기업대출 건전성 이슈가 예상보다 크게 부각되면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보이자 은행들은 지난해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기업금융의 경우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까다롭게 들여다보지 않고 있어 양이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부터 국내 대형은행들은 너도나도 기업금융 강화를 내걸었다. 작년 기업대출 비중을 크게 늘린 하나은행은 KB국민은행을 약 2100억원 따돌리며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문제는 전쟁발발·미(美) 대선 영향 등 거시경제 불안요소가 산적해 국내 기업들의 이익체력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 회복 등 경기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지정학적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면 국내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53%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0.41%)보다 0.12%포인트(p) 오른 것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2020년 7월(0.44%)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치로만 보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보다도 빚을 갚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내년 경기 전망이 안좋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의 건전성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B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내려 이달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대출을 내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현장은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보다 사업 환경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면서 "상대적 저성장 구간에 들어간 중국이 최근 눈에 띄는 재정정책에 나섰음에도 아직까지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만 봐도 내년도 사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방증"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말부터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각 은행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심화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BIS기준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p까지 기존 최저 자본 규제 비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을 포함한 최저 자본 규제 비율을 준수하지 못하면 이익 배당, 상여금 지급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스트레스완충자본 적립 의무가 2.5%p에 달해 보통주자본비율 최소 충족 조건이 11.5%로 높아지고, 금융당국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필요 기조를 내세워 최소 충족 요건에 추가적인 버퍼를 요구한다면 건전성 마지노선이 13%까지 오를 수 있다. 6월 말 기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하나금융(12.79%)과 우리금융(12%)은 보통주자본비율이 13%를 밑돈다. 

 

은행으로선 내년도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을지, 자산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충당금을 늘린다면 내년 당기순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2025년 기업대출 점유율 2위 탈환'을 선언한 우리은행과 기업대출을 적극 늘려 1등 은행을 맛본 하나은행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