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독일 BMW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을 위한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BMW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최소 6종의 완전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BMW는 미국 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시설에 총 17억 달러(2조4378억원가량)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단일 투자로는 BMW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10억 달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7억 달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우드러프 인근에 새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쓸 예정이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지사도 이번 투자가 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BMW는 이와 함께 중국의 재생에너지 기업 엔비전 AESC이 BMW에 공급할 배터리 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0기가와트시 규모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외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발효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해외 생산 전기차는 그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북미에서 채굴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만 보조금 지급 대상이 돼 배터리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BMW의 미국 투자 발표가 나온 직후 독일 정부에서는 작심 비판이 쏟아졌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IRA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평평한 운동장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유럽 차원에서 강력한 대답(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벡 장관은 IRA에 따른 “강력한 보조금 때문에 기업들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이런 시국에 무역전쟁으로 갈 수는 없다. 우리는 대서양 양안의 동맹국”이라고 지적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거대한 관세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투자를 결정한 BMW 측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칩세 회장은 “(미국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자동차 업계가 개발을 중단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원료 사용을 금지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서도 “완전히 비현실적이지 않은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