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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현금입출금기 실종사건...하루에 6대씩 사라졌다

4대은행, 1분기 ATM·CD기 2029대 줄어...국민 가장 크게 감소
올해 처음으로 CD기는 50대 미만으로...'고비용·저수익' 영향

 

[FETV=권지현 기자] #서울 중구 신당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상은씨는 얼마 전 출근길에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 평소 자주 지나던 편의점 옆 ATM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ATM기 대신 편의점 아이스크림 코너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근처 패스트푸드점 옆에 있던 ATM기도 1년 전에 없어진 것이 기억난 김 씨는 할 수 없이 10여 분 떨어진 은행 영업점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 CD(현금자동지급기) 기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귀갓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물건을 사러 가는 길 등 어느 때나 구태여 찾지 않아도 쉽게 보이던 ATM기를 이제는 애써 찾아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ATM기와 달리 출금만 가능한 CD기의 경우 현재 추세로라면 향후 2~3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주변에서 ATM·CD기를 보기 어려워진 것은 '비용' 문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ATM기기의 경우 1대당 구입비용은 1000만원, 운영비용은 매월 1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디지털·비대면 금융서비스 확대로 은행 영업점도 통·폐합하는 상황에서 이용률이 갈수록 크게 줄고 있는 ATM·CD기를 운영하는 것이 은행으로서는 부담인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국 ATM기 대수는 1만9229대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2만1247대)보다 2018대 줄어든 규모다. 하루 평균 6대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ATM기 대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9년 1분기 2만2363대를 기록했던 4대 은행의 ATM기는 1년 뒤 1116대가 없어졌다. 올해는 감소폭이 더욱 커져 전국에서 2000대 이상이 사라졌다.

 


ATM 기기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이다. 이는 국민은행이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ATM 기기를 보유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ATM기는 5589대로 1년 전(6704대)보다 1115대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1분기에도 전년 동기(7172대)보다 471대를 줄인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수가 줄고 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어 ATM 이용률이 감소하자 이처럼 해당 기기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은 모두 1년 새 평균 300대의 ATM기를 줄였다. 신한은행의 올 1분기 ATM대수는 5422대로 1년 전(5805대)보다 383대 감소했으며, 하나은행은 3710대를 기록해 전년(3923대)보다 213대를 없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4815대에서 4508대로 1년 만에 307대의 ATM기가 사라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TM의 경우 영업점 감소 등으로 비용은 많이 들지만 수익성이 낮아 최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기 감소에 따른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GS25 편의점 내에 수수료가 들지 않는 AT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GS25의 경우 국민·신한·우리은행 고객은 편의점 ATM기를 사용하더라도 각사 ATM기기 수수료와 동일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

 

CD기는 ATM기보다 더욱 찾기 힘들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CD기는 42대로 1년 전(53대)보다 11대가 사라졌다. 4대 은행이 운영하는 CD기가 50대 미만을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9년 1분기에는 86대가 운영됐었다. 우리은행은 모든 CD기를 없앴다. 우리은행은 2017년 3대의 CD기를 운영했으나 이듬해 모두 폐쇄, 현재까지 추가 설치를 하지 않았다. 올 1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CD기는 26대로 전년 동기(40대)보다 14대 줄었으며, 신한은행은 1년 전보다 3대 감소한 10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6대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ATM·CD기 이용률이 낮지 않아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현금카드 복제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금융당국이 은행과 소비자에게 주의를 줬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공문을 받을 일이 없다"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대세가 된 요즘, 은행들이 불필요한 기기 운영비용을 아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서비스로 돌려드리고자 하는 만큼  ATM·CD기 감소 추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