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증권사들의 장애인 고용 의지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정보공개청구 회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현저하게 낮은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0.48%), 교보증권(0.54%), 유진투자증권(0.41%), 이베스트투자증권(0.40%), 신영증권(1.08%), 하이투자증권(1.02%), KTB투자증권(1.04%) 등이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거 상시근로자가 50명이 넘는 증권사는 장애인 의무 고용률 3.1%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증권사의 평균 고용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불안을 고려해 공개 대상이 축소됐다는 점에서 실제로 제도를 위반한 증권사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투자와 유진투자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의 경우 인사 담당자 간담회 참석과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실시, 장애인 고용 계획 제출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이수 조건조차 충족하지 않았다.
송홍석 고용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공표되지 않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장애인 고용 의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명이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개선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융업종의 장애인 구인 수는 724명 취업자 수는 18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6%와 44.3% 줄어든 수치다. 형식적인 장애인 고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장애인 근로자를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 장애인종합복지센터 관장은 “금융투자업계가 유난히 척박하다”며 “장애인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없다고 생각해 대놓고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와 정부의 출자를 받은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은 직접 고용 대신 수억원대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작년 기준 상시근로자가 100명 이상인 증권사가 지출한 금액은 할당된 인원 1명당 월 104만원에서 179만원 수준이었다. 임금이 높은 직군인 만큼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부담금을 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SG(친환경·사회적책임·윤리적지배구조) 투자에 적극적인 증권사들이 정작 장애인 고용에 무관심하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수년째 이어진 증권업 호황에 고용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도 “장애인 의무 고용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라며 “부담금을 납부했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