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통해 한국법인 자회사인 '요기요' 매각을 주문하면서 공룡배달앱 탄생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국내 배달 앱 1·2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9%에 달하는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 배달료 등 가격 인상 압력이 높다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DH가 내달 진행될 공정위 전원회의서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힌만큼 DH와 배민의 5조딜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공정위, 매각 조건으로 기업결합 승인 결론...DH “동의어렵다”
16일 DH에 따르면 공정위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합병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달았다.
국내 배달 앱 1·2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9%에 달하는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 배달료 등 가격 인상 압력이 높다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최근 DH 측에 두 회사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DH 측이 이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후 이르면 12월 9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DH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내달 예정이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DH는 "공정위 제안(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건부 승인 방침은 기업 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을 취약하게 할 수 있어 음식점 사장님,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지난해 12월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1년 가까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 DH, 배민 시장점유율 90% 상회...독과점 논란 여전
공정위가 가장 주의깊게 보는 부분은 양사의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와 2·3위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의 합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98.7%에 이른다. 올해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 배달앱 후발주자가 성장하면서 점유율이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는 굳건한 상황이다.
이에 소상공인과 정치권에서도 합병 이후 독과점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제기했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두 기업의 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인 만큼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기업 결합에 대해 면밀히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합병 이후 별개 법인으로 운영해 경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배달의 민족 측 주장은 독과점 논란을 부식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1998년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 기아차 역시 합병 후 국내시장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어 자동차 가격이 연이어 오르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 공정위 조건 수용해도 매각 작업 어려워...매각시 경쟁력↓
공정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매각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은 약 33% 수준으로 배달의 민족에 이어 2위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DH의 핵심이다. 합병을 위해 요기요를 매각하게되면 DH와 배민에게는 강력한 경쟁업체가 생기는 셈이다.
이에 공정위가 최종적으로도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사실상 '불허' 수준의 조건부 승인이라는 업계의 시각이다. DH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DH는 배민 인수를 통해 경쟁이 치열한 배달 시장에서 과도한 출혈을 막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즉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민을 인수하는 것은 합병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사례들에 비춰볼 때 공정위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건부 승인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오픈마켓 시장 1·2위였던 이베이(옥션)와 지마켓의 기업결합에서 공정위가 "3년간 판매 업체 수수료를 올릴 수 없다"는 조건을 걸고 허가한 것이 그 사례다.
◆ 매각 시 쿠팡이츠, 위메프오와 요기요까지 경쟁상대 될 수 있어
또 일각에서는 최근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공정위가 주목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약 99%에 가까웠던 양사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고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이용자수가 올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지에이웍스에서 발표한 배달대행서비스 앱 사용량 모바일인덱스 보고서 에 따르면 쿠팡이츠 월간 사용자는 지난해 8월 17만4057명에서 올해 8월에는 74만8322명으로 4.3배 증가했다. 위메프오 월간 사용자는 같은 기간 2만3672명에서 17만5414명으로 7.4배 늘었다.
앱 실 사용률을 살펴볼 수 있는 총 설치기기 대비 사용자 수 비율은 위메프오가 63.2%, 쿠팡이츠 61.0%로 요기요 59.5%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한 9월 한 달간 배달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에서도 배달의민족(1318만명), 요기요(660만명)에 이어 쿠팡이츠(150만명), 위메프오(50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배민 MAU는 지난해 9월 1030만명에서 올해 9월에는 1318만명으로 증가했지만, 요기요는 같은 기간 731만명에서 660만명으로 줄어들면서 시장 판도의 변화가 시작된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 MAU는 34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위메프오는 8만명에서 50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공정위가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DH가 인수를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최악의 경우 합병 무산...양측 모두 피해 커
만약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양측의 피해는 상당할 전망이다. 우선 합병을 전제로 싱가포르에 DH와 김봉진 대표 등이 절반씩 출자해 조인트벤처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해 아시아 시장에 도전한다는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
또 인수합병이 발표되고 나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만큼 무산 시 이미지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조건을 완화하거나 변경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글로벌 진출까지 하는 사례를 막는 것은 부담될 수 있고 시장 상황도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는 DH의 주장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다음달 9일 전원회의에 DH의 배달의민족 합병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DH가 전원회의서 이의를 제기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만큼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조딜’의 향방이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