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최근 한·일 셔틀 경영을 본격화하며 본격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신동빈 회장의 인적쇄신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빠른 대응과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왔다. 지난 8월에는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전 부회장을 퇴임시키고 이동우 대표를 후임으로 정하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3년 전 설립 후 처음으로 대표를 교체했다. 초창기부터 대표를 맡아왔던 황각규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만 수행하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신동빈 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이동우 사장로 꾸려진 새로운 3인 대표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경영을 총괄하며, 송용덕 부회장은 기존 사업의 현상유지 및 성장, 인사·총무,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 등을 추진한다. 이동우 대표는 지속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설정 등 미래전략을 담당한다.
롯데지주는 8일 오전 서울 잠실 월드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동우 사장의 대표 선임 및 사내이사 선임 건을 확정했다. 지난 8월 황각규 부회장의 퇴진선언 후부터 이동우 사장이 사실상 대표직을 수행해왔지만, 이날 임시주총을 계기로 정식으로 확정된 셈이다.
이 대표는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미래전략을 개선하겠다"며 "(주주에게는) 지속해서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직원들에게는 다니기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고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이사님 주주님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부족한 면이 많은데 막중한 책임감 느낀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동우 신임 대표는 1960년 생으로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경영지원, 영업, MD 등을 두루 거친 대표 유통전문가로 꼽힌다. 그룹 내에서 학연도 없고 엘리트코스로 불리는 일도 맡지는 못했지만 백화점 사업 부문에서 상품기획, 영업, 재무, 기획 등을 두루 거치며 현장을 직접 겪은 인물이다.
2012년에는 롯데월드 대표이사직에 올랐고, 2015년 롯데하이마트 대표에 선임된 뒤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면서 롯데하이마트와 롯데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및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갑질 희혹에 휘말리며 구설수에 오르자 그룹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사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이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됐고 2018년 12월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도 유임되면서 신 회장으로부터 전폭적 신임을 받고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동우 신임 대표 취임과 함께 롯데지주의 변화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의 올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만큼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반등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바꾸며 기존 4개의 팀을 2개로 축소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취임 3주 만인 지난달 23일 인사를 내고 지주 전체 인원을 약 20% 줄였다. 2017년 10월 출범해 173명에 달했던 지주 소속 임직원 수가 현재 약 140명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롯데지주 중심으로 이뤄졌던 강력한 리더십을 완화하고, 계열사의 독자 생존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결단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의 한일 셔틀경영 행보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방문하는 기업인은 방역 절차를 거치면 격리조치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은 '기업인 특별입국절차'에 합의해 8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단기 출장자에 적용되는 비즈니스트랙은 추가 방역 절차를 준수할 경우 일본 입국 후 격리조치 없이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오가며 양국 롯데의 경영을 살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의무자가격리 기간 때문에 한 나라에 2~3달씩 머무는 방식으로 경영을 진행해왔다.
신 회장은 지난 3~5월 일본에 체류하다 5월 귀국해 3달 가량을 한국에 머문 뒤 8월 출국해 아직 일본에 머물고 있다. 롯데가 다른 기업에 비해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차원의 업무방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신 회장의 직접적인 경험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계와의 소통도 본격화했다. 1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에 머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은 전날 낮 도쿄의 한 호텔 식당에서 화장품 업체 고세이의 고바야시 가즈토시(小林一俊) 사장, 사와다 다카시(澤田貴司) 패밀리마트 사장 등이 동석한 가운데 1시간 반 정도 점심 식사를 겸해 스가 총리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스가 총리 취임 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기업인이 그를 만난 것이 알려진 사례는 신동빈 회장이 최초다.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스가 총리가 관광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고 신동빈 회장이 유통 대기업을 이끌고 있어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창업자인 신격호 전 롯데그룹 총괄회장부터 신동빈 회장의 집안은 일본 정계와 오랜 기간 교류해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일본 정계에 두터운 인맥을 과시한 바 있다. 본인과 장남의 결혼 행사에 당시 현직 총리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와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각각 참석했다. 신동빈 회장은 회동을 가진 스가 총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은 앞으로 자가격리가 면제되면 수시로 양국을 오갈 수 있게 된 만큼 원톱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회장은 올 4월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해 한·일 롯데의 수장이 됐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만큼 신 회장은 이달 중 귀국해 국내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룹의 한 축인 유통 부문과 화학 부문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새 판 짜기에 나선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2분기(4~6월)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8.5%나 증발해 14억원을 겨우 남겼다. 롯데케미칼도 2분기 영업익이 90% 넘게 급감했다.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8월 중순 출국해 아직 일본에 체류 중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그 동안 양국의 굵은 이슈를 직접 챙기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 불참한 바 있다.
뉴롯데를 향한 발걸음을 인사에서부터 시작한 신동빈 회장이 흔들리는 롯데의 중심을 다시 잡고 ‘유통공룡’의 모습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