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디지털 금융 혁신에 뛰어든 증권사들이 네이버·카카오와 손잡고 상생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양측의 협업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는 비대면 영업망을 늘리는 동시에 친밀도 높은 대형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고객층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고객 정보 축적과 중개 수수료 확보로 금융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가능해졌다.
시장에서는 네이버페이 결제액을 5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에만 역대 최대 실적인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페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역시 국내 최대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며 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와 협력 중인 증권사들의 수익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출자하며 온라인 영토 확장을 시작했다. 미래에셋의 금융 노하우와 네이버의 정보통신(IT) 기술을 결합한 네이버통장 출시가 첫 결실이었다. 수시 입출금, 이체 및 결제 기능, 이자 수령까지 일반 통장처럼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네이버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연동, 포인트 적립 혜택과 추가 이율을 제공하며 결제를 유도해 수익 창출을 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지급결제대행과 매출채권팩토링 등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도 추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팩토링'이란 입점 업체들이 플랫폼 사업자에 납품하는 대가로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금융회사에 팔아 현금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정산에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유통업계의 특성상 소규모 사업자들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증권도 네이버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주식거래 및 금융상품 비대면 투자가 가능한 삼성증권 종합 계좌를 네이버에서 생성할 수 있다. 국내·외 주식을 거래하거나 펀드에 투자할 경우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휴대 전화와 네이버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를 선택했다. 위탁거래수수료 평생 무료 혜택을 내세우며 카카오뱅크를 통해 내놓은 한국투자증권의 주식 계좌는 출시 석 달 만에 90만개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의 주 이용자인 20·30대 청년층에서 인기몰이를 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한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선보이며 비대면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의 금융 기능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 지 석 달 만에 48만좌 개설을 달성했다. 제휴 계좌 신설 고객 중 70% 이상이 저금리·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주식 시장으로 뛰어든 젊은 투자자들로 확인되면서 카카오와의 협업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역시 카카오뱅크를 통한 비대면 증권 계좌 개설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 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증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며 고객을 끌어들였다.
한편 증권사와의 협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첫 증권 시장 개장일인 지난 1월 2일 종가 기준 네이버의 주가는 18만2500원이었다. 지난 13일에는 29만7000원으로 상반기 동안 62% 넘게 급증했다. 네이버의 시가 총액은 47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대우 네이버통장 출시 보도가 나간 지난달 8일에는 9500원(4.11%)이나 올랐다.
카카오의 주가 상승률 역시 놀라운 수준이다. 같은 기간 15만2500원에서 35만2000원으로 130% 폭증했다. 카카오의 시가 총액은 30조원에 달하며, 코스피 시장 시가 총액 상위 10위권 기업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