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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채권재분류’ 통한 RBC 높이기 확산되나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효과 커져
후순위채권발행 등에 이어 재보험까지 확대

 

[FETV=권지현 기자]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권 발행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채권 재분류'를 통한 지급여력(RBC)비율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는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어 보험사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당연히 수치가 높은 회사일수록 자산 건전성이 좋고 충분한 자본여력을 갖게 된다. 오는 2023년부터는 킥스가 현재의 RBC비율을 대체하게 된다.

 

새로 도입되는 'IFRS17'과 새 건전성 지표인 '킥스'의 핵심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IFRS17와 킥스는 보험사가 결산할 때 과거 가입한 사람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한다. 고금리 때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많아 앞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부채비율을 낮추려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한 수단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RBC비율 상승'이 그 중 하나로,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권 재분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생명은 최근 보유중인 약 4조원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 등 보유채권을 재분류했다. DGB생명의 지난 3월 기준 RBC비율은 187%로 24개 생명보험사 평균(285%)를 훨씬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RBC비율 기준은 150%이며, RBC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는다.

 

DGB생명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의결을 통해 4조원 가량의 채권 재분류를 최종 결정지었다”면서 “매도가능증권으로의 채권 재분류를 통해 추후 200% 중후반까지 RBC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채권 재분류로 RBC비율이 급등했다. 지난해 말 5조5200억원이던 한화손보의 매도가능채권은 지난 3월 말 10조14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만기보유채권은 지난해 말 4조2100억원에서 올 3월 '0원'이 됐다. 만기보유자산 전부를 매도가능자산으로 옮긴 것이다.

 

한화손보의 올 1분기 RBC비율은 235.5%를 기록해 전년 동기(192.6%) 대비 42.9%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을 적용할 경우 증가폭은 더욱 커진다. 한화손보의 작년 말 RBC비율은 181%로 한 분기만에 54.5%p 급증했다. RBC비율 증가와 함께 한화손보의 지급여력금액도 함께 늘어났다. 지급여력금액은 보험금 지급 등 보험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비용을 지급 할 수 있는 '보충'역할을 하는 금액으로 RBC비율의 산출 근거가 된다. 한화손보의 올 1분기 말 지급여력금액은 2조2665억원으로 작년 말 1조9815억원에 비해 14.3%(2850억원) 증가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2014년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높인 바 있다. 한화생명은 2014년 16조원가량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다. 한화생명의 채권 재분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채권 재분류를 하기 전인 2013년 말 244%이던 RBC비율은 채권 재분류를 진행한 2014년 말 318.1%로 무려 74.1%p나 급증했다.

 

통상 보험사들의 채권 재분류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쌓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반영돼 금리가 하락할 경우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평가이익이 기타포괄손익으로 자기자본에 계상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금액이 상승해 RBC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특히 RBC비율을 올리면 해당 부분만큼 자본 운용 여유분이 증가해 보험사로서는 자본을 늘릴 수 있게 됨은 물론 자산운용의 전략 범위 또한 넓힐 수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채권 재분류가 자본확충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재분류 외 후순위 채권 발행, 신종증권 발행 등도 보험사가 RBC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 MG손해보험은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DB생명은 최근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동양생명은 자본확충을 위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으며, NH농협생명도 올해 안에 후순위 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발표하는 IR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후순위채권 발행도 보험사들의 대표적인 자본확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재보험 등을 통한 부채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활용된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 보험료 외에 저축 보험료 등을 재보험사에 지불하고, 보험 위험 외에 금리 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을 뜻한다. 금융당국도 공동재보험을 활용하는 보험사들의 RBC비율 부담을 덜어냈다.

 

지난 29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감독업무 시행 세칙’을 개정해 공동재보험 목적의 금리파생상품을 보험사들의 RBC 금리위험액 산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보험사가 공동재보험을 통해 보험부채를 재보험사에 넘길 경우 보험사의 RBC비율이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