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 비은행·글로벌부문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회장은 푸르덴셜 생명 인수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공략에 잇따라 성공하며 거침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새 대표 선임과 그룹 실적 증대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있어 풀어야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그룹 회장 선임을 위한 롱리스트(후보군)를 확정했다.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KB금융 회추위는 반기마다 회장 후보군을 관리해왔다. 롱리스트는 내·외부 후보군을 포함해 약 20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갈등 끝에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그룹 지휘봉을 잡은 윤 회장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KB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했던 첫 3년 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지금의 KB금융 사업 포트폴리오 기틀을 완성했다.
윤 회장은 두번째 연임을 위해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다. 올해 2월 사외이사 선임을 마무리하면서 연임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다.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경영경제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또 기존 사외이사 4인(스튜어트 솔로몬,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등은 임기를 1년 연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빠진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후보자들을 평가하면서 인사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사업 확장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 회장은 신한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글로벌 부문에 집중했다. 올해 ‘알짜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을 2조2650억원에 인수하면서 반격을 노렸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거둔 순익은 1408억원이다. 작년 실적 1위를 기록한 신한금융과 2위인 KB금융 간 순이익 격차는 917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리딩금융 자리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타운홀 미팅’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현장 소통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실시된 타운미팅홀 모습.[ 사진=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6/art_15928044766266_2de883.jpg?iqs=0.3981333117028498&iqs=0.16726962751379815&iqs=0.5315519249022691)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인수설이 나올 당시 KB금융이 고가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 때는 KB손보 노조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KB금융이 본입찰 경쟁 상대인 사모펀드들 보다 인수가를 적게 써낸 것이 알려지면서 고가 인수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 또 최근 KB손보 임직원들을 상대로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KB금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1%가 긍정적으로 답하면서 인수를 둘러싼 노사 갈등도 해결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사업 강화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그간 침묵을 깨고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을 인수해 올해 KB금융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또 올해는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현지 법인 승인을 받았으며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도 눈앞에 둔 상태다.
연임을 위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윤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푸르덴셜생명 새 대표 선임이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목표한 오는 9월 말 새 대표 임명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생보사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이기에 새 대표 선임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금융권은 은행업에 기반을 둔 KB금융의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는 동시에 외국계 보험사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그룹 보험부문장을 맞고 있는 양종희 KB손보 대표와의 호흡 문제도 인물 선택의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올 3분기까지 KB금융의 실적도 연임 성공의 핵심 변수다. KB금융은 올 1분기에 믿었던 KB증권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순손실을 기록해 작년 동기에 비해 13.7% 줄어든 729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신한금융과의 격차가 올해 시작부터 1900억원으로 벌어졌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서 KB증권도 다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KB증권이 악재 속에서도 1분기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서 1위를 거둔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다. 윤 회장의 주도 아래 은행, 증권의 협업 사업인 기업투자금융(CIB)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서의 성적 만회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KB금융의 전망은 밝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최근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 그룹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KB금융이 발행한 교환사채(EB)에 칼라일그룹이 24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칼라일은 오는 8월 29일부터 교환사채를 주당 4만8000원에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처분이 금지된 3년 반(42개월) 후 KB금융의 주가가 4만8000원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칼라일은 지분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이 포함돼 있는 점이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주가는 3만7000원이다. 칼라일은 3년 후에 KB금융의 주가가 1만원 넘게 오르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베팅한 셈이다.
특히 KB금융은 칼라일의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V’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는 칼라일이 가장 최근에 아시아에 결성한 역내 바이아웃 펀드다. 업계에서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KB금융이 자본시장에서의 역량도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칼라일과의 투자협약은 KB금융 입장에서는 ‘제로(0)’ 금리에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 일부를 조달하고 자사주를 활용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투자금융(IB)부문의 역량 강화가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