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금융상품 수익률이 하락한 영향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한 부동자금은 부동산 규제 강화 속에서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1106조3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부동자금은 지난해 11월(1010조7030억원) 1000조원을 넘어선 뒤 3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특히 금리 인하와 함께 부동자금의 증가 속도도 더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 11월과 12월 부동자금의 증가폭은 30조원대를 기록한 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올해 2월에는 47조원으로 커졌다. 한 달 증가폭이 4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최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시중을 떠도는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잔액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3월(2.02%) 이후 꾸준히 떨어져 지난달(1.57%)에는 1.5%대로 하락했다. 더구나 기준금리는 지난 3월 최초로 0%대 기준금리(0.75%)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에는 0.25%포인트 추가로 인하되면서 역대 최저치(0.5%)를 기록했다. 이에 부동자금의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정부가 역대급 부동산 규제 강화를 시행한 상황에서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2000선을 회복하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8일 현재 44조5794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해 말(27조3384억원)에 비해 63.1%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이달 18일(10조783억원)에 10조원대를 기록했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지면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는 경향을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