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롯데그룹의 야심작인 통합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온이 론칭 한 달을 맞았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의 지원과 ‘3조원’을 투자하는 신동빈 회장의 적극적인 결단 등 업계의 기대를 받고 출발했지만 첫 한 달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 2018년 이커머스 사업 출범...지난 4월 28일 롯데온 론칭=롯데온은 지난 4월 28일 출범한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2018년 롯데그룹이 온라인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며 이뤄 낸 결과물이다.
롯데온의 가장 큰 강점 롯데멤버스가 지니고 있는 국내 최다인 3900만명의 데이터를 통한 최적화 쇼핑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 추천이 가능하고, 구매패턴이 비슷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참고해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예측해 제안하는 등 개인의 취향에 특화된 온라인 쇼핑공간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또 롯데가 보유한 전국 1만5000여개의 방대한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계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경계가 없는 쇼핑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오프라인 점포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점포의 이벤트나 혜택을 제공하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등 고객 1명을 위한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빠른 배송이 아닌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길 원한다는 점’을 고려해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한 적시배송도 도입했다.
고객은 2시간안에 받아볼 수 있는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와 롯데백화점의 ‘바로배송’ 서비스를 포함해 슈퍼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포함해, 롯데그룹 내 7000여개 매장의 ‘스마트 픽’ 서비스 중 원하는 배송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 서버 불안정,멤버십 초기화 등 고객 불만 표출되며 평점 급감=그러나 롯데그룹의 방대한 인프라를 업고 출발한 롯데온의 출발은 불안했다.
우선 오픈 첫날부터 서버 불안정으로 인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당초 오전 10시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2시간 가량 접속이 불가능했고 오후 12시30분이 지나서야 운영을 시작했다.
다른 문제점들도 터져 나왔다. 계열사를 모두 합친 플랫폼이다보니 검색 속도가 경쟁 업체들보다 매우 느렸다. 검색 기능 자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속속 발생했다. '아이패드'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삼성전자의 USB가 검색되는 식이었다.
여전히 각 계열사 간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롯데프레시와 롯데면세점의 경우 롯데온 내 여전히 통합되지 않아 따로 앱을 설치해야 한다.
결제수단에서도 다른 경쟁 업체와의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가 탑재됐지만 카드, 계좌, 소액결제, 삼성페이 등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롯데온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회원 등급이 초기화된 점도 문제가 됐다. 기존 롯데닷컴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인 ‘플래티넘+’ 고객에게 6개월 동안 전 상품 무제한 무료배송과 7% 할인쿠폰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사전고지 없이 롯데닷컴을 롯데온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등급을 초기화했다.
논란이 일자 롯데온은 지난달 29일 기존 롯데닷컴 플래티넘+ 등급 고객에게 무료배송권 5장과 3% 할인쿠폰을 1장을 증정했다. 다만 쿠폰 사용기한이 이달 31일로 제한된 데다 기존 등급 혜택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의 불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롯데온의 서비스 안정화 지연에 소비자 불만도 차츰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롯데온 앱의 평점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9점,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1.9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3~4점대를 기록하고 있는 SSG닷컴과 쿠팡 대비 절반 가까이 낮은 점수다.
◆ ‘바로 배송’ 긍정적 평가↑, 황각규 부회장 진천 메가 허브 직접 방문하며 의지 표현=아예 긍정적인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롯데온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롯데오너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신규 가입자 수가 지난 2월 말보다 33%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오너스는 월회비 2900원으로 롯데쇼핑 7개 계열사 상품 구매시 △무료배송 △최우수 고객 등급 수준의 포인트 적립(2%) △오너스 회원 전용 기획전 등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다.
최대 2시간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바로 배송 서비스에 대한 호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28일부터 중계점과 광교점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인 ‘바로 배송’ 서비스의 추이를 살펴보면 5월 20일까지 중계점과 광교점의 일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각 130.8%, 175.6% 신장했다. 특히 신선식품의 온라인 주문 상품 구성비가 기존 35%에서 45% 상승해 2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한 ‘바로 배송’의 특징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배송 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핵심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황각규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자 다음날인 20일 충북 진천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 건립 현장을 방문하면서 택배 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충북 진천에 건설 중인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완공시 하루 150만 박스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롯데는 해당 터미널 건설을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는 최첨단 창고 시설에서 원스톱으로 택배 터미널로 연계되는 최적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롯데 e커머스 사업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19일 주요 임원들과 두 달여 만에 처음 오프라인 주간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그 예로 계열사 중 유일하게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물류와 택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과 이 같은 유망 사업에 적극 투자할 테니 각 계열사에서도 7월 사장단회의(VCM)시 보고 하라는 게 핵심이었다.
쿠팡, 신세계의 SSG닷컴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해 온라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다소 늦었던 롯데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이커머스 인수합병(M&A) 대신 '롯데온' 출범으로 정면승부를 택했다. 데이터와 인프라 등 그룹의 자신감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불안한 한 달로 출발한 롯데온이 롯데의 새로운 날개가 돼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