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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신한-하나금융 맞손...출발은 32년 전 '영등포지점'

조용병 김정태 회장, 근무, 친화력·현장중심 등 공통점 많아

 

[FETV=유길연 기자] 30여년 전 '글로벌 금융'을 꿈꾸던 '뱅커맨'들이 대한민국의 금융역사를 새로 썼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25일 양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이 특정 사업부문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2년 전 인연에서 이번 협력의 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두 회장은 지난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에서 대리로 함께 일했다. 김 회장이 당좌 담당 수석대리로 조 회장은 외환 담당 말석 대리로 1년 간 근무했다. 두 사람은 낮엔 업무로 손발을 맞추고 밤엔 술잔을 기울이며 꿈을 이야기 했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나란히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지금도 사석에서 조 회장은 김 회장을 '형님'이라 부른다고 한다.

 

특히 두 사람은 특유의 친화력과 세심함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성품이 닮아 더 잘 통했다는 후문이다.조 회장은 소탈하고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덕분에 삼촌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엉클(uncle) 조’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시절 임직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거리낌없이 사발에 소주를 부어 마시며 어울렸던 일화는 유명하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 본부장 시절부터 지방 영업점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직원 이름을 기억하고 경조사를 직접 챙긴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영문 이름을 따서 ‘JT교주’라고 불릴 만큼 금융권의 대표적인 형님 리더십으로 통한다. 화통하고 솔직한 성격에 특유의 친화력으로 임직원을 대한다.

 

두 회장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UN지원SDGs협회가 선장한 2020년 ‘지속가능성’ 및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이끌어갈 지속가능한 리더로 뽑혔다. 협회는 두 회장이 "금융의 친환경 가치로 인류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금융그룹의 해외 사업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이끌어 왔다. 그런데 대형 은행들은 그간 해외 시장에서 경쟁사들 간의 경쟁 심화로 단기적 이익 추구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서병호 금융연구원은 “경쟁은행의 맹목적 추종이나 유망한 국가로의 쏠림을 지양해야 한다”며 “현지화를 통한 장기적 발전을 위해 현지 고급인력을 적극 활용해야하며 이를 위해 조직적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신한·하나금융이 협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회장의 개인적인 인연과 함께 두 금융그룹이 해외사업 부문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된 해석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해외부문에서 단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덕분에 지난 2018년 이래로 KB금융그룹을 제치고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신한금융의 작년 글로벌 부문의 순익은 397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3% 급증했다.

 

신한금융의 해외 사업의 중심에는 신한은행이 있다. 신한은행의 작년 해외법인 순익은 2378억원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큰 격차로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인 우리은행(1153억원)의 2배가 넘는 실적이다. 올해 1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12.8% 늘어난 635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1분기에 9% 늘어난 28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국내 해외시장 진출의 모범사례 위치를 굳히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잘나가는 신한금융은 ‘독주’체제를 굳힐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KB금융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법인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또 작년 말에는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기관(MD) 프라삭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국민은행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투자를 늘릴 것이란 소문도 흘러나온다. 이에 신한금융은 이번 협약으로 KB금융의 해외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고 리딩금융 자리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MOU 수준으로 사업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두 그룹 간의 꾸준한 논의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모범적인 협력 사례가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1위 기업인 신한금융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금융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해외사업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최근 해외법인들이 실적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국을 중심으로 신한은행에 이어 해외법인 실적 2위를 유지했었다. 지난 2017년에도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1204억원으로 우리은행을 약 400억원의 격차로 2위를 지켰다. 하지만 2018년에 차이가 200억원 안쪽으로 좁혀지더니 작년에는 전년 대비 실적이 반토막(693억원)이 나면서 우리은행에 약 450억원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중국 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가 작년 동기(544억원) 대비 86% 급감한 75억원의 순익을 거둔 영향이 컸다. 다행히 하나은행은 올 1분기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법인 실적이 크게 늘어 작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급증한 628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2위 자리를 회복했다. 하지만 아직 앞날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은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의 협력이 어디 까지 이어질 지 궁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