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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기생충'으로 6년만에 웃음 되찾은 이미경 CJ 부회장

기생충 책임프로듀서로 수상 소감
지난 5월 칸 영화제로 공식 석상 복귀
95년부터 영화 투자 나선 ‘문화계 대모’
2014년 블랙리스트 오른뒤 미국서 글로벌 업무 챙겨

[FETV=김윤섭 기자]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습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수상소감이 연일 화제다. 이미경 부회장이 책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고 제작을 후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일 미국에서 진행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을 수상하며 영화계의 새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으로 "기생충(제작)은 대단한 모험, 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해준 CJ 식구들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가 '식구'라고 표현한 것처럼, 주목 받은 그의 영화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모두 CJ가 투자 배급을 받았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의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르면서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맡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제작자 (주)바른손이엔에이 곽신애 대표가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다.

 

곽신애 대표의 수상 소감 이후 마이크를 잡은 이미경 부회장은 가장 먼저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웃음과 독특한 크레이지 헤어, 걸음걸이, 패션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기생충'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남동생을 비롯한 형제들에게도 감사하다,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과 특히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여러분의 의견 덕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남동생은 이재현 CJ 회장이다.

 

CJ는 제일제당 시절이던 1995년 영상산업에 진출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참여한 엔터테인먼트회사 드림웍스에 투자하며 아시아 파트너가 됐다.

 

이후 CJ는 영화사업에 있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300편이 넘는 한국영화에 투자해 왔으며 칸영화제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과 ‘버닝’(2018),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와 ‘아가씨’(2016)를 지원한 곳도 CJ다. 봉준호 감독과는 2003년 ‘살인의 추억’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마더’(2009) ‘설국열차’(2013) ‘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영화 4편을 투자·배급했다.

 

이는 문화의 산업화에 대한 강한 열정과 집념은 할아버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평소 가르침 때문이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선대 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철학에 따라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참고 지속적으로 문화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이재현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이 지난 1995년 대중문화 산업 투자를 시작한 이후 관련 사업을 키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일부 영화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책임프로듀서(CP)'로 등장하며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번 영화 기생충도 책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으며 투자·배급 결정부터 홍보 및 서포트까지 진두지휘했다. 또 약 5년 만인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 등장하며 공식 복귀를 알렸다. '기생충'을 지원 사격하기 위한 결정으로, 10년 만에 다시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후 지난 1월 개최된 골든글로브와 지난 10일 열린 오스카까지 동행하며 '기생충' 홍보는 물론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 확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이번 기생충의 수상은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을 기획·투자·배급하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4년 타의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당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취지의 지시를 했으며, 이를 CJ 측에 'VIP(대통령) 뜻'이라며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이른바 ‘미운털’이 박힌 배경에는 CJ그룹이 제작한 방송 문화 콘텐츠를 들 수 있다. 방송으로는 시사·정치 풍자코너 '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내용이, 영화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변호인' 투자 검토 등이 이런 판단을 하도록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국정원은 이미경 부회장이 ‘친노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CJ 측에 이를 시정하도록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콘텐츠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큰 홍역을 치른 CJ는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에 거액을 투자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들 두 작품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일각에서는 경영복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식석상에 나선만큼 경영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CJ그룹 내부에서는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낮게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을 건너간 것이 경영 퇴진이 아닌 글로벌 업무를 총괄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굳이 한국으로 오지 않더라도 미국서 한국 영화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고, 영향력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생충 수상에 있어서도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아카데미 캠페인’ 팀을 꾸려 자신의 인맥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회장이 영화산업 진출을 선언한지 25년만에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룬만큼 앞으로 이미경 부회장의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넓혀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