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호반건설이 지난해 투자자산 가치 상승에 힘입어 순이익을 크게 늘렸지만 정작 본업인 건설업에서는 실적이 위축되며 수익구조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주택경기 둔화 속 자체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호반그룹은 비건설 부문과 도시정비사업을 축으로 돌파구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4752억원으로 전년 대비 78.9%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361억원으로 49.9% 줄었고, 매출 역시 1조2326억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이익과 본업의 괴리’는 투자자산에서 비롯됐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장부금액이 약 6000억원 증가했고 이를 반영한 금융수익(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이익) 확대로 순이익이 커졌다. 그간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유지해온 한진칼 지분 투자 성과가 재무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복합적이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확대 과정에서 항공업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일단 관망 기조로 선회했다. 당장 경영권 확보에 나서기보다는 지분가치 극대화에 무게를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산업은행의 지분 정리 시점과 통합항공사 출범 이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감안한 ‘속도 조절’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제는 본업이다. 호반건설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자체사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분양수익은 1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공공택지 공급 방식 변화로 민간 시행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체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구조상 분양시장 위축이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체질 개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새로운 축으로 삼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에 나섰고 실제로 경기 안산 고잔연립6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수도권 거점 조직을 신설하는 등 수주 확대를 위한 기반도 강화했다. 최근에는 인천 송도 글로벌타운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복합개발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그룹 차원의 ‘투트랙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건설부문에서는 복합개발과 디벨로퍼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비건설 부문에서는 대한전선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이미 그룹 내 매출 비중에서 건설 계열사를 넘어서는 등 실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수주잔고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탈탄소 흐름과 맞물린 전선·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향후 성장 여력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 그룹 차원에서도 해당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며 해외 프로젝트 확대를 통해 실적 기여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건설 경기 변동성에 대한 완충 장치로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결국 호반건설은 ‘투자 성과’와 ‘본업 경쟁력’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김대헌 사장 입장에서는 건설사업 체질 개선과 신사업 확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도시정비사업 성과와 비건설 부문의 성장 속도가 호반그룹 2세 경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모아타운 등 다양한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