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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노트


[기자수첩] 중흥-대우가 맞닥뜨린 PMI 시험대

[FETV=박원일 기자]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외형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받는다. 인수 이후 큰 잡음 없이 실적 방어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제 ‘인수’가 아닌 ‘통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수합병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꼽히는 인수 후 통합(PMI·Post Merger Integration)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최근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출신 인사를 계열사 전면에 배치했다. 그간 유지해온 독립경영 체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직 간 경계를 허물고 시너지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인수 이후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유지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실질적인 통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핵심은 여기서부터다. PMI는 단순한 인사 교류나 조직 재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 이해관계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경우 겉으로는 ‘통합’이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 갈등과 비효율이 누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고 리스크관리가 중요한 산업일수록 PMI의 난이도는 더 높다. 수주 전략, 원가 관리 방식, 협력업체 네트워크 등 사업의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충분한 조율 없이 단기간에 통합하려 할 경우 오히려 기존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M&A는 여전히 ‘인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래 성사 여부와 인수 가격, 재무 구조 개선 등 눈에 보이는 지표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PMI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MI를 M&A의 ‘절반 이상’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인수는 시작일 뿐 통합이 곧 성과라는 인식이다.

 

중흥-대우 사례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하나가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나가 되느냐’다. 속도에 치우친 통합은 단기 성과를 만들 수는 있어도 장기 경쟁력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각 조직이 가진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충돌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PM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늦출수록 비용은 커지고 서두를수록 부작용이 커진다. 인수 이후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중흥그룹이 ‘좋은 인수자’에 머물지 ‘성공적인 통합자’로 평가받을지는 이 과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