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신영증권이 최근 밝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입장이다. 신영증권은 전체 발행주식의 53%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유통 주식보다 자사주가 더 많은,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 1위 기업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지만, 신영증권은 1994년 처음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31년간 단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그 대신 고배당 정책에 집중해왔다. 매년 시가배당률 6%를 유지하며, 작년에는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감액배당을 도입해 배당소득세 부담도 줄였다. 사측은 이를 두고 “다양한 주주환원 중 배당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절반 이상 쥐고도 소각하지 않는 배경은 따로 있다. 원국희 명예회장(10.42%)과 그의 외아들인 원종석 회장(8.14%) 등 오너일가는 보통주 지분이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자사주를 포함하면 실질 지배력은 70%에 달한다. 즉, 자사주는 오너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커버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셈이다. 실제 원 회장은 매년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받고 장내 지분 매수도
[FETV=신동현 기자] ‘한글’로 불리던 회사,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오랫동안 국민 문서도구의 상징이었다. 공공기관과 기업, 개인 사용자 모두에게 익숙했던 이름이지만 동시에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도 함께 따라붙었다. 그런 한컴에 변화를 가져온 이는 김상철 회장이었다. 2010년 회사를 인수한 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탈피해 종합 기술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꿨다. 김 회장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국내 자동차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1위 기업인 MDS테크놀로지(2014), 모바일 포렌식 1위 기업 한컴GMD(2015), 개인안전장비 기업 산청(현 한컴라이프케어, 2017), 우주기술 기반의 인스페이스(2020)까지 잇따라 인수하며 외형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에 힘입어 사업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다각화됐고 매출 규모는 10년 만에 약 10배 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빠른 외형 확장은 한계와 부담도 함께 떠안았다. 오피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이 흔들렸고 일부 인수 기업은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런 흐름 속에서 2021년, 한컴은 중요한
[FETV=김주영 기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안타까울 뿐이죠.” 한 바이오기업 연구원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다. 이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연구실에 바친 끝에 들려온 한 통의 소식 '임상 실패', 그 무게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바이오 산업은 느리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만 기본 10년이 걸린다. 전임상부터 시작해 1상, 2상, 3상까지. 각 단계마다 수많은 실험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오랜 시간에도 성공 확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기준으로 임상 3상까지 통과해 신약으로 출시되는 비율은 10%를 밑돈다. 결국 대부분의 후보물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 파이프라인이 임상에서 실패하면 곧바로 재무적 손실로 이어진다. 주가 하락은 물론 후속 투자 유치에도 타격을 입는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월 14일 장 마감 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발표 당시 8960원이던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4월 16일에는 68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며칠 만에 시
[FETV=장기영 기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가 출범 4주년을 맞는 오는 7월 1일. 공교롭게도 이날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던 성대규 우리금융지주 생명보험사 인수단장이 동양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신한라이프 입장에서는 네 번째 생일을 맞는 날 옛 아군 수장이 적군 수장이 되어 돌아오는 셈이다. 반대로 동양생명은 우리금융의 새 식구가 되는 날 옛 적군 수장을 아군 수장으로 맞이하게 된다.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되는 동양생명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성 단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성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우리금융 생보사 인수단장을 맡아 동양생명,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1967년생으로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보험개발원 원장을 거쳐 2019년 3월부터 신한생명 대표이사를 맡아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을 주도했다. 2021년 7월부터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법인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었다. 성 내정자는 이 같은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통합 경험을 바탕으로 동양생명,
[FETV=박원일 기자] 올해 3월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상법 개정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정치권의 줄다리기와 재계의 반발, 주주·금융권의 지지 속에 개정안은 갈림길에 섰다.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문제, 그리고 소수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재계는 법체계 훼손, 경영 불안, 과도한 형사책임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반면 개정안을 지지하는 쪽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한다. 주주충실 의무는 OECD는 물론 주요 선진국에서도 이미 제도화된 원칙이다. 한국은 GDP의 절반 이상이 소수 대기업 집단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 여전히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등을 돌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편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사회 운영 현주소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2024년 주요 5대 건설사의 주주총회 공고 공시 중 이사회 관련 내용을
[FETV=임종현 기자] 과거 우리카드 신임 대표이사(CEO)에겐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우리금융·우리은행 출신'만이 CEO가 될 수 있다는 조직 내 인식에서 비롯된 평가였다. 우리카드는 2013년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뒤 11년 간 6명의 대표이사가 나왔다. 이들은 지역, 출신 학교는 달랐어도 우리금융·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카드사 직원은 "지주나 은행 출신이 카드사로 오면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짧게는 2~3개월 동안 적응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카드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CEO 자리는 은행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랬던 우리카드가 먼저 관행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순혈주의' 타파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을 우리카드 CEO로 내정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 CEO 영입이다. 진성원 대표는 현대카드에서 마케팅·SME·금융사업실장·오퍼레이션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부터 전략까지 핵심 부서를 고루 거쳤다. 업계에서는 '실전형 전문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