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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의 실적은 대개 시장에서 잘 알려진 주력 사업 성과에 좌우된다. 하지만 전사 성과의 흐름을 실제로 견인하는 축이 때로는 조용히 성장한 비주류 사업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FETV는 각 기업에서 새롭게 부상한 사업부나 기존에 비춰지지 않았던 효자 계열사를 조명하며 기업의 성장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
[FETV=이신형 기자] 최근 에너지·건설기계를 중심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두산그룹 실적 흐름이 전자 부문에서 한층 또렷하게 나타나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14조9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875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하지만 매출은 약 9% 증가했다. 전사 실적의 안정은 지난 2020년 유동성 위기 이후 단행된 대규모 구조개편의 결과라는 흐름이 유력하다.
당시 두산그룹은 주요 비핵심 자회사를 매각하며 건설·중공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현재는 에너지·건설기계 중심으로 재편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특히 두산그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하며 핵심 사업을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반도체-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 사업이 조정됐고,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혼재돼 있던 사업을 시너지가 발생하는 영역으로 묶어 체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전자·반도체 관련 사업이 실적 측면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전자BG는 두산그룹 사업지주 내 핵심 사업부로 반도체 패키지와 PCB(인쇄회로기판) 등에 사용되는 CCL(동박적층판)을 생산한다. CCL은 절연판 위에 동박을 붙여 만든 전자기기 회로 기판의 기본 소재로 최근 AI 데이터센터발 차세대 소재 공급이 증가하며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
전자BG는 올해 3분기 별도 매출 4399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1조319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조72억원)을 올해 3분기만에 넘어섰다. 두산은 "DDR5·GDDR7 등 고대역폭 메모리용 소재와 AI 가속기 소재 공급이 확대됐다"며 "올해 연간 최대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수익성도 그룹 내 비중 대비 존재감이 크다. 3분기 연결기준 전자BG의 영업이익은 3562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39.7%를 차지했다. 매출 비중은 8.9% 수준이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최상위권으로 사실상 그룹 수익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구조로 등극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 역시 그룹 내 전자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꼽힌다. 두산테스나는 비메모리 테스트 분야 국내 1위권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두산테스나의 경우 업황과 고객사 투자 흐름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로 최근 AI·모빌리티 등 시스템 반도체 수요 확대가 본격화되며 실적 모멘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BG 부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두산그룹의 기존 ‘에너빌리티·밥캣’ 중심 사업 구조는 ‘에너지+건설기계+반도체’라는 3축 체제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전자·반도체 비중 확대가 그룹 성장성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최근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 네트워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전자BG 실적이 확대됐다”며 “올해 AI 가속기, 메모리 반도체 등 차세대 하이엔드(High-end) 소재 확대를 통해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