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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고령층에 필요한 금융정책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고령층(65세 이상)은 여러 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상징하듯이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용어가 노인 빈곤, 만성질환, 사회적 고립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이 겪는 상대적 빈곤율은 통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40% 수준으로 볼 수 있다. OECD는 2023년 발표한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을 40.4%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OECD 평균인 14.2%보다도 약 3배 높고, OECD 가입 38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월평균 중위소득(1인 기준 200만원)의 절반에 이르는 소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더구나 1인 가구 노인은 2020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이 72%였다. 1인 가구 노인 10명 중 7명은 100만원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노인이 겪는 어려움은 압축적인 근대화에 따른 부작용, 국가적(연금, 복지 등)⦁개인적(자산 형성)인 준비 부족, 사회 문화의 변화, 부동산 중심의 자산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2024년 통계청에 따르면 이 가운데 부동산 편중의 자산은 자산 보유 빈곤층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4억 8630만원, 39세 이하의 순자산은 2억 3678만원으로 나타났다. 노인이 보유한 자산이 2.1배 많았지만, 집을 처분하지 않고는 현금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변화는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쌓여져온 산물이기 때문에 몇 가지 단편적인 처방으로 치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인구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이 기여하고 인구변화를 금융산업 성장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첫째, 정부는 국민들이 교육-결혼-출산-양육-노후대비 등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금융니즈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미래자산 형성체계를 정비하고, 필요시 충분한 세제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유 부동산의 소득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도록 유동화 관련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고령층의 현금흐름 부담을 경감시켜 주어야 한다. 또한 생애주기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미리 각종 지원을 함으로써 미래에 국가가 짊어져야 할 재정적 부담을 사전에 국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탁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신탁은 수탁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 일본에서도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금융수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예컨대, 손자의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조부모가 재산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수탁자(금융회사)는 위탁자(조부모)의 의사에 맞게 교육비를 집행하는 형태의 ‘교육자금증여신탁’이 일본에서 2013년 도입되어 누적 수탁고가 수조 엔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폭의 증여세 면제 혜택을 제공해 줌으로써 부의 세대 간 이전과 함께 소비촉진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셋째, 고령자나 은퇴자 친화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양질의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상당한 정도의 재산(보통 금융자산 5억 원)을 가진 고객 대상 재무상담(PB서비스) 체계는 잘 갖추고 있지만, 일반 대중고객을 대상으로 한 재무상담 서비스 체계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일반 대중고객을 대상으로도 생애재무설계, 은퇴 후 재산관리, 연금상품의 필요성 전달, 부의 조기승계 관련 세무 등 PB서비스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고령층의 현금 유동화 흐름 및 어려움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나 기업이 재무상담(내지는 은퇴상담)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 특정 세대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생애주기 전체의 균형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가 고령층을 위한 부담을 거부한다면 결국 자신이 고령자가 됐을 때 더 가난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복지를 줄일 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 수익을 늘려 연금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기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지원책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