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HS효성그룹이 차세대 배터리 핵심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3일 밝혔다. ‘원천기술과 지적자산 기반의 가치극대화’를 강조해온 조현상 부회장의 가치경영 기조가 반영된 행보다.
HS효성은 지난 10월 31일 벨기에 소재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Umicore)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을 약1억2000만유로(약 2000억원)에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미코아는 100년 넘는 역사와 첨단소재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배터리·촉매·반도체·방산·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희토류 관련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으며, 과거 퀴리 부인이 연구 활동을 진행했던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전기차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와 효율을 개선하는 차세대 배터리 핵심소재로 꼽힌다.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다른 소재 영역 대비 성장 잠재력이 크며,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제조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24년 전체 신차의 20% 이상이 전기차이며, 2030년에는 40%(연 47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AI, 로보틱스, 드론 등 신산업 수요가 더해지며 고에너지밀도·급속충전용 실리콘 음극재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예상된다.
조 부회장은 기술·지적자산 중심의 고부가 포트폴리오 구축과 AI 활용을 통한 가치창출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 AI, 피지컬 AI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을 넓히며 글로벌 기술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인수 역시 조 부회장이 코로나 이전부터 유미코아를 직접 방문해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그는 APEC 준비기간에도 협상 마무리를 위해 양사 간 철야 미팅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