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어떤 기업이든 성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 있다. HD현대는 그 축을 ‘리더십 전환’에서 찾고 있다. 최근 HD현대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기선 회장 체제로 전환하며 조선·기계부문 중심의 인사 변화를 단행했다. FETV는 이번 인사를 통해 HD현대가 세대교체를 넘어 어떤 전략과 시너지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
[FETV=이신형 기자] HD현대의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랐다. HD현대 조선 2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을 앞둔 시점에 단행된 이번 인사는 혁신과 통합 리더십 구축을 본격화하려는 정기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는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는 오너 3세 경영체제에 공식 돌입했다.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돼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사진 HD현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24618479_8a0b91.jpg?iqs=0.5578104034266518)
◇‘샐러리맨 신화’로 HD현대 일군 권오갑 명예회장
권오갑 명예회장은 1951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약 48년간 조선·정유·기계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그룹의 성장기를 함께한 인물이다. 2002년 현대중공업의 그룹 분리부터 2022년 HD현대로의 사명 변경까지, 현대중공업의 변천사를 함께했다.
특히 2010년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그는 과감한 투자와 조직문화 혁신으로 1300억원 규모였던 회사를 1조원대로 성장시켰다. 2014년에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및 그룹 기획실장을 맡아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로보틱스 등 비조선 사업을 분할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시켰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그룹 부회장, 2019년 회장으로 연이어 승진하며 ‘평사원에서 회장’으로 올라선 이른바 ‘샐러리맨 신화’를 완수했다.
◇故 정주영의 손자, 정기선의 ‘오너 3세 시대’
권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HD현대의 수장을 맡은 정기선 회장은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으로 입사해 그룹 핵심 부문을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정 회장은 2016년 조선·엔진·전기전자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하며 사업기획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후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이끌며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축으로 편입시켰다. 이를 통해 신사업 발굴과 M&A형 성장 전략을 통한 차세대 리더십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정기선 HD현대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빌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HD현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24665386_7e397a.jpg?iqs=0.9972448068991803)
최근 정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소형 모듈 원자로(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지난달에는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 만나 사우디 현지 합작조선소와 엔진공장 가동, 조선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 양국 간 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20일 사내 메일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한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앞으로도 임직원들과 함께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과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이번에 HD현대 공동대표에 내정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조영철 HD현대 부회장 [사진 HD현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24529095_bb2ef4.png?iqs=0.06191288951622975)
정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현 부회장)과 함께 HD현대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향후 그룹의 의사결정 체계는 오너 3세 중심의 리더십 아래 조영철 부회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과의 협업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안정에서 혁신으로…정기선 체제의 시작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HD현대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지주사와 조선·건설기계 부문의 중간지주를 직접 총괄하며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핵심 인물이다. 특히 글로벌 조선업 호황 속에서 조선 계열의 사장단 인사 폭이 가장 컸던 만큼 조선 중심의 리더십 강화와 신사업을 통한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승진 인사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 성장과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