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3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무너지는 지방경제에 치솟는 지방은행 연체율

 

[FETV=권지현 기자] 지난 1~2월 폐업으로 부산 소기업·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때인 2021년과 비교해 3배나 많았다. 고금리·내수침체로 인해 '제2의 도시' 부산에서도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금융안정회의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16%로, 직전 분기인 3분기 11.55%에 이어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작년 2분기 9.78%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2개 분기 연속 11%대를 기록,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취약 자영업자'는 금융회사 여러 곳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를 뜻한다.

 

한은은 "금리 인하 기조에서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앞으로 낮아질 여건은 마련되고 있다"면서도 "산업 여건이 나아져야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대출 건전성 지방·수도권 온도차 생기나

 

지역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방은행 건전성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BNK경남·부산은행과 전북·광주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에선 최근 2~3년 새 대출 연체율이 치솟았다. 전체 대출에서 지방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조선·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민생 경제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게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경남·부산·광주·전북 등 4개 지방은행의 대출연체액(잔액 기준)은 지난 2022년 4532억원에서 작년 9340억원까지 증가했다. 연체액이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난 속도가 특히 문제다. 지난해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대구 지역 기반 대출잔액을 많이 보유한 iM뱅크(옛 대구은행)의 경우 연체대출금이 같은 기간 2219억원에서 3626억원으로 1407억원 늘었다. 연체액은 1개월 이상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원리금을, 연체율은 전체 대출액 가운데 연체액의 비중을 가리킨다. 연체율의 경우 지방은행 4곳은 2022년 평균 0.40에서 2024년 0.72%로 0.32%포인트(p) 뛰었다. 

 

 

지방은행 중에선 부산은행 연체액이 가장 크게 늘었다. 거제·창원·울산 등 조선·자동차 산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1493억원이었던 연체금액은 작년 3788억원으로 2300억원가량 급증했다. 연체율은 0.26%에서 0.62%로 0.36%p 치솟았다. 지역기반이 비슷한 경남은행은 이 기간 연체액이 1137→1874억원, 연체율은 0.3→0.45%로 각각 올랐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비슷하다. 전북은행은 대출 연체액이 2022년 1178억원에서 작년 1994억원으로 816억원 늘었고, 특히 0.69%로 안그래도 높았던 연체율은 이 기간 1.09%로 1%선을 넘어섰다. 전북은행은 지난 몇 년간 수도권 진출에 적극 나섰지만 핵심 지역기반 침체에 연체액·연체율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이 기간 광주은행 연체금액은 724억원에서 1684억원으로 960억원 증가했다. 

 

◇"세부 관리·인센티브 필요해"

 

산업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의 부채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당국은 부채 연체가 은행 부실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역 은행이 당분간 경기 악화로 부실 대출이 많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충당금(빚이 떼일 것에 대비하는 돈)을 충분히 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산업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경제 구조의 차이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점을 감안해 대출 규제 등 금융정책도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측면에서도 지방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지역별로 세부적인 통계를 공개하는 등 미시적인 접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예금취급기관 수신과 여신의 수도권과 격차도 이미 상당히 크고 점차 더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의 지방 중소기업 대출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들이 사업 수행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고 금융비용을 절감해 경영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