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 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313/art_17429711409385_e14b6f.jpg)
[FETV=권지현 기자] "부동산 경기 하락에 몇몇 자회사들은 자산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또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 뼈아픈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제24기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아쉬움이 묻어난 소회를 전했다. 작년 '성과' 부분을 올해는 '소회'로 표현을 바꿔 한층 무거워진 메시지를 냈다. 진 회장이 직접적으로 자기반성 인식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 최고경영자(CEO)들이 1년 만에 다시 주주들 앞에 섰다. 많게는 자산총계 760조원, 당기순이익 5조원에 달하는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안식구'인 조직 구성원 대신 '주인'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발자취와 향후 비전에 대해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방안' '내부통제 강화' 등 굵직한 사안들을 잇달아 궁리하고 맞이한 새해 주주총회답게 각 그룹 회장들은 조직에 대한 냉철한 현실인식도 잊지 않았다.
진 회장은 4대 금융 수장 중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해 2024년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특히 "비은행 성과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당기순이익 3000억원 이상을 거둔 비은행 계열사 3곳(카드·라이프·캐피탈) 중 신한라이프를 제외한 2곳이 작년에 순익이 크게 감소, 신한카드는 삼성카드에 업계 1등을 내줬으며 신한캐피탈은 1000억원대 순익을 겨우 지켰다. 이에 진 회장은 "신한의 기초 체력을 더욱 튼튼하게 다지겠다"며 "올해는 그룹 CEO로 취임한 이후 강조해 온 스캔들 제로(zero), 고객 편의성 제고,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라는 3가지 아젠다를 발전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효율'을 수차례 언급하며 조직과 사업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2025년 집중해야 할 부분들을 선정,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그는 올해 두 개의 키워드로 효율 경영과 혁신, 성장을 꼽았다. 지난해 리딩금융을 달성했지만 안주하지 말고, 금리인하 효과가 본격 드러나는 올해 새 동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그룹 수익성 관리 원칙을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점으로 전환해 사업 추진 속도를 올려 효율 경영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성장 측면에선 자산관리(WM)와 중소기업(SME) 부분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3년 더 그룹을 이끌게 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백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할 때라고 봤다. 이번 주총에서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본업 및 해외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올해는 그룹 출범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주주와 구성원들에게 더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하나금융으로선 국내와 해외 사업 모두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해다. 경쟁사인 KB금융은 지난해 순익 5조원을 돌파해 금융지주 새 기록을 썼으며, 신한금융은 글로벌 부문에서 전년대비 38% 순익이 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상' 단어를 거듭 써가며 이번 메시지에서도 신뢰 회복에 대한 절실함을 표출했다. 앞서 그룹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적발되자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힌 임 회장은 올해 주총에서도 이 사자성어를 또 내며 "냉철한 반성과 전 임직원의 비상한 각오로 반드시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금융업 전반이 처한 현실인식도 더했다. 그는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이 큰 환경인 만큼, 그룹 전반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며 강한 대응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