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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DL이앤씨, 단계주공아파트 재건축 포기한 이유는

신탁사 보증 철회, 조합 도급 방식으로 전환
DL이앤씨, 사업성 검토 후 최종 철수 결정

 

[FETV=김주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원주 단계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하3층 ~지상29층 아파트 1560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이 프로젝트는 원래 2022년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됐던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3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결국 시공사가 변경됐다.

 

조합이 설립된 것이 2003년으로 벌써 20년이 넘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곳이다. 그동안 인허가 지연, 조합 집행부 변경, 시공사 교체 등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연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2020년 7월, 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총회에서 의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원주시로부터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지정받으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토지신탁은 조합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사업대행자로 선정됐고 이후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심의를 거쳤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주요 심의를 통과했으며 2022년 상반기에는 최초 조합설립에 준하는 조합설립(변경)인가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취득하면서 사업 추진의 초석을 마련했다. 같은 해 시공사 선정이 진행됐고 당시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DL이앤씨와 기존 신탁사(한국토지신탁) 간 공사 도급 계약 조항을 두고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사업 진행이 난항을 겪게 됐다.

 

핵심적인 문제는 신탁 방식과 조합 도급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신탁 방식에서는 신탁회사가 공사 진행에 따라 일정 주기로 공사비를 지급한다. 분양이 지연되더라도 신탁회사가 선지급을 보장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와 신탁사의 부담 증가로 인해 한국토지신탁이 사업 지속을 거부했고 조합은 새로운 신탁사를 찾으려 했지만 지방 주택시장 위축으로 인해 다른 신탁사들도 참여를 꺼렸다. 결국 조합은 신탁 방식을 포기하고 일반 조합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DL이앤씨가 그대로 시공을 이어가기를 원했으나 DL이앤씨는 신탁 사업 대행 방식의 시공을 전제로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방식이 변경될 경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시공사 교체가 불가피해졌고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합과 협의를 거쳤으나 신탁사 조건 및 공사비 지급 방식 등에서 이견이 있어 합의 하에 해지하게 됐다”며, “사업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재무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탁 조건에 대한 이견, 사업 방식 변경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사업이 3년 가까이 지연됐고, 결국 새로운 시공사로 HDC현산이 선정됐다.

 

조합 측에 따르면, 이번 계약의 공사비는 약 44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전체 사업비는 금융 이자 및 부대 비용을 포함해 약 6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이번 사업을 수주하며 최근 부진했던 실적을 보완할 기회를 마련했다. 2024년 4분기 기준 HDC현산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은 1조 1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17억 원으로 46.1%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4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감소했다.

 

HDC현산은 이러한 상황에서 원주 단계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실적을 보완할 기회를 잡았다.

 

HDC현산 관계자는 이번 수주와 관련해 "조합 측에서 공고를 냈고 이에 따라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프로젝트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