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우리은행의 알뜰폰 사업 '우리WON모바일'이 내달 정식 출격한다. 은행권 전체적으론 KB국민은행에 이은 두 번째 알뜰폰 사업이지만, 우리은행 자체적으론 관련 조직을 꾸려 수년 만에 내놓는 신사업이다. 성공 여부에 향후 은행 신사업 추진 동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진출 당시엔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이 혁신성에 더해 통신·은행의 과점 폐해를 깨트릴 수 있는 역할을 최우선적으로 기대했다면, 수년이 흐른 현재는 상품·혜택에 대해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이 우리은행으로선 부담이다. 우리은행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고객확보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달 중 우리WON모바일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현재 대외 연계 개통 테스트 등 점검에 한창이다. 지난 6일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 당초 지난해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준비 기한이 늘어났다. 서비스 출시는 준비 약 1년 만으로, 우리은행은 작년 4월 금융위원회 은행 부수업무 공고 이후 알뜰폰 사업을 단계별로 준비해 왔다. 작년 6월에는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7월에는 신속한 사업 준비와 내재화를 위해 전담조직인 모바일사업플랫폼부를 만들었다.
알뜰폰은 우리은행이 오랜 기간 염두에 둔 비즈니스다. 은행권에서 국민은행이 2019년 가장 먼저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해 작년 4월 정식 서비스 전환에 성공하면서 우리은행도 기회를 노렸다. 이후 금융위가 부수업무를 공고하면서 우리은행도 알뜰폰 진출 기회를 엿봤다. 금융위 공고 이후 알뜰폰 사업에 출사표를 낸 은행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이 '2번 타자' 타이틀을 빠르게 쥔 데는 신사업추진위의 존재가 큰 몫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행장 직속 조직으로 신사업추진위를 신설, 신사업 관련 주요 의제를 직접 다루며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뒀다.
알뜰폰 사업 진출을 위한 업무는 디지털전략그룹의 신사업제휴추진부 소관이지만, 우리은행은 신사업추진위에서 관련 논의를 탄력있게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신사업추진위는 조병규 전 행장이 만든 조직이지만, 지난 1월 취임한 정진완 신임 행장이 여전히 행장 직속 기구로 두면서 관련 사안들을 들여다봤다.
알뜰폰 사업은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은행권이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은행이 금융업 외 다른 산업에 진출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면 이자이익에 치중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KB리브모바일)이 은행 정식 부수업무에 지정되면서 당초 은행이 금융업과 관련 없는 사업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논란도 해소했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비즈니스를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기보다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은행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고 금융·통신 결합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 기반이 넓어지면 향후 새로운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통신 시장에 뛰어든 국민은행도 KB금융 거래 고객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다만 고객 저변 확보를 위해선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미 레드오션인 통신 시장은 이달에만 사업자 3곳이 1만원대 20GB 요금제를 출시할 정도로 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은행 리브모바일의 경우 2019년 12월 알뜰폰 최초로 5G 서비스 출시 후 3년 만에 가입자 수 35만명을 달성했다. 당초 목표치를 밑도는 수치지만, 금융과 연계된 상품·혜택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KB 주거래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요금제들을 선보이며 꾸준히 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수는 43만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서비스 수준의 높은 신뢰성과 강화된 보안성을 중심으로 품질 높은 알뜰폰 서비스를 합리적 요금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출시한 뉴(New) 우리WON뱅킹에 연계 오픈해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거래 실적에 따른 통신요금 할인,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통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