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내년부터 스마트카의 대중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 10월 공개한 무감독 완전자율주행(Unsupervised FSD)과 로보택시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다수의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해 주행을 준비 중에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스마트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선두 그룹을 맹추격 중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G2 국가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라이벌 기업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미래 기술을 개발할 전략을 펼치고 있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내년 무감독 FSD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 로보택시 모델인 사이버캡(Cyber Cab)을 본격 출시한다.
무감독 FSD는 운전자가 차량의 제어에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진정한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무감독 FSD는 로보택시의 선결 조건"이라며 "내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일부 지역에서만 무감독 FSD를 서비스 중이다. 점점 승인지역이 늘어나면서 내년에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전 지역에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후 테슬라는 무감독 FSD를 고도화해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이버 캡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테슬라와 함께 중국 기업들도 본격적인 자율주행 서비스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주 중국 광저우 모터쇼의 화두는 자율주행과 AI라면서 중국 업체들이 각자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 자리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샤오미는 지난주 취재진 등을 대상으로 전기차 모델 SU7의 자율주행 시승 행사를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했다. 행사에서 SU7 차량은 카메라와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내리는 판단에 따라 주행했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이 시승 행사에서 차량은 한 주차 지점에서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스마트 주행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이 기술은 마법과도 같은 것으로, 지금 주행 보조 분야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미국에서 테슬라가 1월에 처음 출시했지만 중국 기업들도 모두 이 분야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며 "샤오미는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리 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이번 광저우 모터쇼에 스마트 주행 솔루션 버전 2.0을 선보인다. 지커는 연말까지 중국 전역에서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공개하고 추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출시할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한 회사는 화웨이로 알려졌다. 화웨이 첸쿤(Qiankun) ADS 3.0은 도심에서 내비게이션 온 오토파일럿을 포함한 모든 자동화 기능을 제공한다. 테슬라 FSD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첸쿤 시스템은 엔드투엔드 신경망 아키텍처로 자동화된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에서 더욱 인간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성 연구원은 "전세계 최초의 자율이동 소프트웨어는 테슬라 FSD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은 화웨이 첸쿤 ADS라고 판단한다"며 "자율이동 소프트웨어란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주행 조건에서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주행 역량을 갖춘 서비스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질의 인적 자원들을 통한 인공 신경망 설계 역량 확보,더 많은 엣지 디바이스 추론 데이터 확보, 더 강한 데이터 훈련 능력 확보, 엣지 클라우드 양 측 모두의 가동을 위한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저장, 분배 능력 확보, 엣지 클라우드 연결을 위한 방대한 데이터의 빠른 이동 네트워크 확보에서 누가 비교우위 경쟁력을 지녔는지를 확인하면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테슬라와 화웨이, 샤오미 등 새로운 업체들이 자율주행 시장에 나오면서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한국 주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기아 역시 이런 우려에 벗어나기 힘들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미국, 유럽,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은 2020년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며 "업종을 선도했던 토요타는 2025년 실적 추정치 기준 PER 약 7배 수준에서 거래 중이며, 타 업체들은 모두 4-5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완성자 업체들은 여전히 체질 구조를 개선하지 못해 전기차 출시를 지연 중이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다만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은 스마트카 시장 진출을 위한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대외 협력 확대, 원가 경쟁력 강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 아래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기술 개발을 위해 라이벌 기업과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그룹은 글로벌 1위 완성차 기업으로 현대차그룹과는 미국·유럽·동남아·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관계다.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 부문에서 두 기업은 경쟁관계를 이어가지만 미래형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손을 잡을 전망이다.
이런 협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올해 초 도요다 아키오 회장을 일본으로 직접 찾아가 현대차그룹의 비전과 토요타가 얻을 수 있는 점에 대해 신뢰를 주지 않았다면 두 기업의 협력은 요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구글 웨이모와 자율주행 분야 협업도 진행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기술 연구를 위해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연구조직을 개편했다. 하지만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 테슬라나 자율주행차 수천 대를 운행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에 벅차다는 판단에 현대차그룹은 웨이모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 상대방에 기술을 내주는 건 '위기'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서 받은 기술을 활용해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기회'가 된다"며 "'기회'를 강조하는 정 회장은 (라이벌 기업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