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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고령자 이동권 보장

 

지난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고령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다 인도로 돌진하는 바람에 보행자들을 덮쳐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나 우리 기억 속에  지금도 생생히 남을 일이 벌어졌다. 가해 운전자는 68세 남성이었고 해당 고령자는 급발진을 주장하였으나 인근에 설치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퍼지면서 급발진이 아니었다고 보는 이들의 의견도 속속 표출됐다. 트위터 등에선 실시간 현장 사진을 전하는 누리꾼들이 ʻ운전면허 아무한테나 주지 말고 65세부터는 1년 한번 70세부터는 6개월 한번, 75세부터는 1개월에 한번 씩 선별해서 운전미숙이나 기타 문제가 발생하면 면허를 뺏어야 한다ʼ는 의견까지 개진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2023년 통계청은 2025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0.6%를 기록해 '초고령사회'로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1년 통계청이 2028년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추계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의하면 2022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3만4652건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이며, 2020년 대비 8.8% 급증한 수치이다. 2022년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735명으로 전년보다 3.66% 증가했고 고령 운전자 가해 부상자는 10.21%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은 전년 기준으로 26.9% 최고치를 기록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인명 피해에도 큰 위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을 권장하고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요건을 강화하는 등 고령자 자동차사고 발생을 줄이는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과 운전면허증 갱신 요건 강화는 고령자 이동권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고령운전자 안전 대책수립은 고령자 이동권 보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외에 다른 대체교통 수단 이용이 제한이 있는 일부 지역의 경우는 고령자 이동권을 제약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자가운전 포기로 인해 고령자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있으며, 의료 및 노인복지와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령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고 고령운전자 자동차사고 예방에만 집중할 경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의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지리적·시간적 운전 범위를 제한하거나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도록 함으로써 운전면허를 제한적으로 유지해 고령자 이동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교통국은 운전면허 갱신 시 45세 이상 운전자 가운데 시력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를 실시해 운전면허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시력검사와 주행시험 감독관의 평가 결과에 따라 주간 및 특정 지역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거나, 자동변속 장치 등과 같은 운전 보조 장치, 교정 안경 및 렌즈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운전면허에 일정 제한을 두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을 위한 ʻ공유승차제도ʼ를 운영해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수요가 있는 경우에만 소형 승합차량을 이용해 택시처럼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대도시에서도 고령자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2차 이상의 의료기관이나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할 때 해당 기관의 관리 하에 '공유승차제도'를 운영 중이다.

 

세계에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인 고령화로 인해 고령운전자의 안전 및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어 있다. 운전면허 갱신 요건 강화 및 운전면허 반납 등 사고예방 측면뿐 아니라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고령운전자 안전을 위해서는 고령자의 운행 범위를 제한하는 운전면허 제도의 운영이나 고령자 운전 차량에 별도의 식별 표식을 부착해 도로 주행 시 양보를 유도한다거나 자동차보험 요율 할인 등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운전을 하지 않는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공유승차제도의 확대와 함께 전화를 이용한 택시 호출 서비스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