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신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1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이후 '상장 흥행'과 '업비트 우려 불식'을 위해 자금 유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입출금만 해도 현금 혜택을 주는 입출금통장을 새로 내놨다. 입출금 거래를 할 때마다 현금 또는 체크카드 캐시백 쿠폰이 담긴 리워드 카드를 제공한다. 자동이체 출금,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더하기 거래를 해도 리워드 카드를 지급한다. 케이뱅크 퍼스널본부장 강병주 전무는 "누구나 매일하는 입출금 등 거래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번 상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케이뱅크는 10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플러스박스의 한도 제한도 없앴다. 기존 연 2.3% 이자를 줬으나, 5000만원 초과 금액은 연 3.0%로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3.0% 금리는 국내 은행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금리 각 연 1.8%, 0.1%를 적용하고 있다.
파격적인 입출금통장 출시와 파킹통장 한도 폐지는 상장 흥행과 가상자산예치금 이자비용을 동시에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케이뱅크가 추석 연휴 전후로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주 제출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지만, 시기에 따라 증권신고서에 3분기 실적이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올 2분기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상장을 추진할 경우 '135일 룰'에 따라 늦어도 11월 15일까지 코스피 상장 절차를 마칠 수 있다. 만약 케이뱅크가 3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공모를 추진한다고 해도 목표인 '연내 상장'을 달성할 수 있다. 3분기 결산자료의 감사를 마치면 11월 중순이 되고, 직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빠르면 연말에도 상장이 가능하다. '135일 룰'은 해외 투자자 대상 공모시 OC(Offering Circular·해외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결산자료의 기준일로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일단 상반기 실적은 좋다. 케이뱅크의 2분기(4~6월) 당기순이익은 347억원으로 작년 2분기(147억원)의 2.4배다. 앞선 1분기에도 분기 최대치인 507억원 호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상반기 누적 순익(854억원)은 2017년 은행 출범 이래 반기 기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아쉬운 점은 수신 규모다. 케이뱅크의 2분기 말 기준 총수신(원화예수금) 잔액은 21조8530억원으로 1분기 말(23조9748억원)보다 8.9%(2조1218억원) 뒷걸음쳤다. 케이뱅크 수신이 3개월 새 조(兆)단위가 빠져나간 것은 최근 5분기래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뱅크로선 증권신고서에 3분기 실적이 일부 반영될 가능성을 감안해 최대한 이른 속도로 수신 잔액을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원화예치금 이자비용 확보를 위해서라도 자금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7월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용료 지급 의무화 내용이 포함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의 경쟁사인 빗썸(NH농협은행 제휴)이 예치금에 2.2% 이자를 주기로 하자 예치금 금리를 기존 0.1%에서 2.1%로 21배 대폭 올렸다. 최근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은 분기별로 3~6조원가량이었는데 4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케이뱅크가 내야 할 이자비용은 기존 40억원에서 840억원으로 크게 뛴다. 역대 최대 반기 순익(854억원)과 이자비용이 맞먹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신 확보는 케이뱅크의 경영 전략이 업비트 예치금 변동폭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줄여줄 수 있다. 실제 케이뱅크의 2분기 수신 감소는 하락장으로 인해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위축, 업비트 예치금이 크게 감소한 것과 무관치 않다. 급격한 수신 감소는 대출 등 은행 핵심업무에 관한 전략에 예기치 않은 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 케이뱅크로서는 이번 입출금통장 출시 등으로 당장의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락인 효과'를 통해 중기적으로 요구불예금 감소폭을 줄이고 정기예금 및 적금 고객군을 확보하게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새로 출시한 입출금통장 상품 설명을 하며, "입출금통장의 핵심은 금리가 아닌 입출금 거래이므로 고객이 받을 혜택 역시 거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리워드 입출금통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야 케이뱅크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