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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티메프 사태 불러온 이커머스 정산주기 논란

티몬, 판매월 말일부터 40일 후···위메프는 두달 후 7일 거래대금 지급
대규모유통업법, 40~60일 내 정산 의무···지연 시 연 15.5% 이자 지급
오픈마켓 '규제 사각지대' 방치···정부, 정산주기 축소 등 개선방안 마련

 

[FETV=박지수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논란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메프의 긴 판매 대금 정산 주기가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정산 기간을 단축하고 주기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물건이 팔리면 그 달 말일을 기준으로 티몬은 40일 뒤에, 위메프는 두 달 후 7일에 거래대금을 지급한다. 티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로서는 상품을 판매한 후 최대 두 달가량 후에야 판매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는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가 지난달 7일 5월 입점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또 다른 계열사인 티몬에도 정산 지연 사태가 번졌다. 이번 정산 지연 사태는 대부분 지난 5월 판매분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정부가 파악한 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달 31일 기준 2745억원이다. 다만 향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에 따른 피해 금액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마트·백화점 등에 적용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은 60일, 위수탁 물품은 40일 이내에 정산을 끝마쳐야 한다. 대금 지급 기한이 초과할 경우 연 15.5%의 지연 이율도 적용된다. 이커머스 사업자는 크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직매입·위수탁 계약)’와, 판매자들이 상품을 판매할 플랫폼을 제공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중개자·오픈마켓)’로 나뉜다. 티메프는 오픈마켓으로 단순 중개만 하는 오픈마켓의 경우 해당 법을 적용받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의 원인으로 다른 오픈마켓보다 ‘긴 정산주기’를 첫손에 꼽는다. 실제로 티메프의 정산 주기는 오픈마켓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네이버와 11번가 등 오픈마켓 쇼핑몰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바로 다음 날 판매자에게 대금 100%를 지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외에도 무신사는 10∼40일, SSG닷컴은 10∼40일, G마켓 5~10일이다. 

 

쿠팡의 경우 정산 방식이 '주 단위'와 '월 단위'로 나뉜다. 주정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15영업일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 두 달 후 나머지 30%를 준다. 월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15영업일 후 판매자에게 대금 100%를 정산해 준다.

 

이처럼 티메프의 정산 주기가 다른 기업보다 긴 이유는 다수 구매자를 일정 기간 모아 할인된 가격에 공동 구매하는 ‘소셜커머스’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쿠팡 역시 한 때 티메프와 함께 ‘1세대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4년 3월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업 방향을 바꿨다.

 

그동안 정부는 정산 주기를 각 사별 자율에 맡겼지만, 제2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전날(5일) 티메프 사태 관계부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커머스 발 판매 대금 정산 주기 축소·판매 대금 예치 확대 등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네이버와 카카오·쿠팡·G마켓·무신사 등 8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들을 소집, 업체별 판매 대금 정산 주기 및 관리 방식을 공유하고 제도개선 논의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

 

티메프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이면서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으로 금융감독원 감독 대상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는 PG업체에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거나 ‘미정산 잔액 대비 투자 위험성이 낮은 자산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 경영지도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티메프는 지난 2022년부터 이런 감독 규정상 비율을 지키지 못했다. 티메프는 금융당국과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해온 상태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허가업체인 금융사와 달리 등록업체인 PG사에는 경영개선 권고나 명령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당국이 개입할 수단이 많지 않았다.

 

티메프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인 ‘에스크로(Escrow)’를 다음 달 중에 도입키로 했다. 에스크로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없을 때 제3자가 결제 대금을 보관하다가 거래 조건이 충족된 뒤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에스크로 역시 네이버,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의 대부분 플랫폼이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에 대한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정산 주기가 갑자기 법제화된다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플랫폼의 경우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금을 정산한 이후 반품·환불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대형 플랫폼이야 다음달 정산 때 해당분을 반영하면 되지만 중소 플랫폼의 경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인해 정부의 규제 및 감시가 더욱 심해진다는 점에서 위기이기도 하지만 상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로 갈아타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