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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3중 악재에도 회사채 발행 '순항'

KB·키움·교보 등 뭉칫돈 몰려... 건전성 강화 성공
PF 부진 지속·금리 인하 지연에 부정적 전망도

 

[FETV=심준보 기자] 최근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고환율과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에도 불구하고 훈풍이 불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유가, 인플레이션 지속, 고금리 기조 등으로 향후 PF 부실화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환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고금리 기조,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PF 등 3중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지난 17일 회사채 발행 1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그 13배인 1조1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700억원 모집과 3년물 800억원 모집에 각각 5800억원과 4550억원 뭉칫돈이 몰렸다. 발행일은 오는 29일이며 기존 발행 목표의 두배인 3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은 열려있다. 

 

KB증권과 교보증권 역시 최근 회사채를 발행했고 각각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KB증권은 2000억원 회사채에 1조3200억원의 수요자금이 몰렸다. 1년 6개월물 500억원과 2년물 700억원에 각각 3600억원과 3200억원이 몰렸고 3년물 800억원에는 6400억원이 유입됐다. 교보증권은 1500억원 증권채에 1조5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신증권 역시 단기차입 상환을 위해 1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발행 규모는 최대 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이달 안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이유로는 기존 단기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가 아닌 장기 조달이 가능한 회사채 비율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평가다. 이를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채무 장기화로 재무 구조 안정화와 동시에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 올 1분기에만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초 부동산 PF 우려가 심화되자 증권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CP와 같은 단기자금을 사용했다. 그러나 단기자금 특성상 높은 금리에 만기 시점이 짧아 이를 회사채로 전환해 금리와 만기 부담을 경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교보증권은 자금 조달을 통해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 차환에, KB증권과 키움증권은 CP 상환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공시했었다. 

 

최근 회사채 발행이 순항하고 있는데에는 증권사들이 지금까지 부동산 PF로 인한 충당금 적립을 보수적으로 잡아 비용이 선반영 됐고 거래대금 증가세와 함께 금리인하 기대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B부문에서 채권발행시장은 연내 금리 하락 기대감으로 일반채, 여신전문금융채권 등 모든 부문에서 발행이 증가함에 따라 전분기 대비 76.4%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여러 악재들로 인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어 한국 기준금리 역시 조기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아울러 기존 부동산 PF 문제와 함께 총선 결과로 인한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 상실도 부담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에 대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하락과 더불어 부동산 PF 업황 부진 지속, 금리 인하 가능성 감소 등 부정적인 외부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