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208/art_17085632528629_4efa04.jpg)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4·5·7·8·10·11, 올해 1월에 이은 '9회 연속 동결'로,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은 데다, 가계부채가 잇달아 최고치를 경신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준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살아나 다시 가계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오전 한은 본관 16층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년 8번 금통위를 열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는 금리를 낮출 만큼 물가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소비자물가에 한 달 간격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 121.80(2015년=100)으로, 작년 12월(121.19)보다 0.5% 상승했다. 1년 전보다는 1.3%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0.1%)에 석 달 만에 반등한 뒤 두 달째 오름세다. 특히 먹거리 물가가 심상찮다.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3.8% 상승했고, 농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8.3%, 0.2% 올랐다.
황건일 신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오름세가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목표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등 외상거래)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187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한 분기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15조2000억원 늘어나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당시 회의에서 한 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있어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와 기대의 안정 여부를 우선시하면서, 민간 부채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번 동결 후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 금통위원 5명 모두(총재 제외, 당시 1명 공석) 향후 3개월 내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면서, 금리 인하보다 관망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