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명진 기자] 카카오가 차기 대표로 여성 경영인을 내세우면서 IT기업 여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특히 40대 여성이면서도 같은 네이버 출신이라는 점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두 여성 대표는 앞으로 AI를 필두로한 미래동력 확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예정이다. 다만 정신아 내정자의 경우 조직문화 재건과 기업 이미지 쇄신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대표 내정자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선정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10년 넘게 벤처캐피탈 분야에서 근무한 정 내정자는 IT·기술부문 스타트업의 발굴을 도맡아 왔다.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뒤 당근마켓 등에 직접 투자하면서 성과를 냈다. 여기에 루닛, 두나무, 왓챠 등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정 대표 지휘 아래 창업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업계에서는 정 내정자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네이버 대표자리에 오른 최 대표와 정 내정자는 모두 40대다. 최수연 대표는 1981년생으로 만 42세, 정 내정자는 1975년으로 만 48세다. 이는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 또한 젋은 여성 리더를 내세워 조직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정 내정자와 최 대표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네이버 출신이라는 점이다. 최 대표는 지난 2005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 입사해 4년 동안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한 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해 글로벌사업지원부에 재직하다 지난 2021년 네이버 대표이사로 등극했다.
정 내정자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NHN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전략과 사업기획 서비스 출시 등을 담당했다. 이후 네이버를 떠나 2014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가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 현 카카오벤처스에 이사로 영입된 후 이번 카카오 단독 대표에 내정됐다.
두 여성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 또한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바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진출 활로 개척이다. 최 대표의 경우 8월에는 글로벌 초거대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올해 1월 북미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1조670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했다. 최 대표의 우선 목표는 이 두 가지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정 내정자 또한 AI를 중심으로 핵심사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개발 중인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를 시작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해 다양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 취임 이후의 숙제가 됐다. 다만 정 내정자에게는 조직문화 재건과 기업 이미지 쇄신이 급선무 과제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 SM 주가 시세조종 혐의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 내정자는 내년 정식 CEO로 취임할 때까지 쇄신 TF장을 맡아 경영전략 개편, 기업문화 변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리더십 변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최수연 대표 또한 취임 당시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등으로 조직문화 개편을 첫 과제로 받은 바 있다. 최 대표는 젊은 리더십을 살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으로 이를 해결했다”며, “정 내정자 또한 경영진 쇄신과 함께 하락한 카카오직원들과 대중들의 신뢰도를 올리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