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성적을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쓴 잔을 마셨던 KB·하나금융이 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면서 신한·우리금융 증가세를 1년 만에 추월했다.
'비이자이익'은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이익 외에 유가증권 관련 이익, 외환·파생이익, 신탁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예대마진을 통해 얻는 이자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통칭한다. 고객을 통한 예금과 대출이 아닌 은행 자체의 자산운용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문으로, 최근 금융그룹들은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9월 말 당기순이익 4조3704억원을 달성, 1년 전보다 8.2%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4.2% 늘어난 2조977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3조81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3% 순익이 줄었으며, 우리금융도 2조4383억원으로 8.4% 감소했다.
이들 실적을 가른 것은 '비이자이익'이었다. 4대 금융은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1.9~5.3% 늘어난 반면, 비이자이익 증가폭은 -1.8%~125.5%을 기록, 금융그룹별로 편차가 컸다. 비이자이익 실적에 따라 3분기 성적이 달라졌단 얘기다. 실제 비이자이익 증가폭이 큰 금융사는 당기순익도 늘어났다.
![4대금융 순익·비이자이익 증가율(단위: %, 2022년9월-2023년9월). [자료 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043/art_16985820006057_0e3538.png)
비이자이익이 가장 크게 뛴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의 올 9월 말 기준 비이자이익은 1조696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5.5% 급증했다. 지주사 설립 이후 3분기 누적 최대 실적으로, 비이자이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출·운용리스, 신탁보수 수수료가 최고치를 달성한 영향이 컸다.
KB금융이 3조7758억원으로 82.6% 증가해 뒤를 이었다. 증권업수입수수료 방어에 성공한 데다 은행 신탁상품 판매가 회복돼 신탁이익이 개선된 덕분이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비이자이익 2조9458억원을 거둬 1년 전보다 32.9% 성장했으며, 우리금융은 8980억원으로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8% 역성장했다.
작년 3분기 하나금융과 KB금융이 신한·우리금융과 비교해 전년 동기보다 비이자이익 감소폭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올해 들어 KB·하나금융은 비이자이익이 평균 104.5% 급증, 1년 만에 비이자이익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국내 증시 침체, 중동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 등으로 인해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4대 금융이 향후 보여줄 비이자이익 성장세에 관심이 모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5일 보고서를 통해 "경기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2024년 금융산업은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이자이익은 대출 외에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금융그룹별 사업구조 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수수료이익은 추가적인 자본조달 부담이 크지 않고, 위험자산을 확대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어 관련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그룹의 수익구조의 경우 기존 은행 중심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은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자회사를 통한 부외거래 성장을 도모하고 자회사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