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아홉번째)이 지난 20일 우리금융 본사에서 열린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왼쪽 여덟번째)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043/art_16980606073383_a290e5.jpg)
[FETV=권지현 기자] 우리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16명이 한날 두 번 얼굴을 맞대면서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연은 달랐지만, 관통한 키워드는 '혁신'으로 동일했다. 지난해 내부에서 터진 대형 금융사고에 이어 올해 실적 부진으로 홍역을 앓은 우리금융이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단합'과 '새로움'을 다짐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0일 임종룡 회장과 은행·카드·캐피탈·종합금융·저축은행 등 15개 자회사 CEO, 총 16명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금융 본사에서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을 진행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서약식은 '그룹 윤리강령 가이드라인'에 맞춰 그룹·계열사 CEO들이 내부통제 실효성을 강화하고 이를 조직문화로 삼을 것을 대내외에 약속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이번에 윤리강령 가이드라인을 제정, 그룹이 설정한 윤리 수준을 임직원이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 실천을 돕기 위해 윤리문제 사례도 담았다. 임 회장은 이날 서약식에서 "윤리강령 가이드라인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정행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20일 자회사 CEO, 임직원 등과 함께 우리금융 본사에서 조직문화 혁신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043/art_16980606163963_2d1ee6.jpg)
같은 날 임 회장과 자회사 CEO 15명은 조직문화 혁신도 다짐했다. 역시 우리금융 본사에 모인 이들은 이번엔 직원들이 참여한 2000여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만들어진 조형물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진들은 지난 7월부터 우리금융 16개사 직원들이 사내 소통 캠페인으로 펼친 '우리 한 컷 릴레이'를 통해 모인 것들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릴레이는 전 그룹사 직원 한 명 한 명의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과 믿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16명 CEO들을 한날 두 번 헤쳐 모이게 한 주제들은 모두 임종룡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강조한 '혁신'과 연관돼 있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사내 소통 캠페인 '우리의 힘을 믿어요'를 시작했는데, 이번 '우리 한 컷 릴레이'는 이 연장선이다. 윤리강령 가이드라인의 경우 앞서 임 회장은 윤리경영 정착을 중요 과제로 선정하고 임직원 행동기준 재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는데, 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우선 집중할 과제로 '혁신'을 언급,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임 회장이 한 날 15명의 CEO와 함께 '힘'과 '혁신'을 연거푸 외친 데는 올해 예상치를 밑돈 실적과 임직원 사기진작 필요성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5390억원을 기록, 1년 전(1조7620억원)보다 12.7%(2230억원) 감소했다. 5대 금융그룹 중 우리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이 같은 기간 평균 2285억원 순익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부진이 뼈아프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조5550억원을 기록해 하나은행(1조3736억원)을 1800억원 이상 앞섰으나, 올해는 1조4720억원을 거둬 하나은행(1조8390억원)에 3670억원 뒤처졌다.
내부에서 터진 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기업문화'를 향한 의지도 이들 CEO들을 한 자리에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97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이 발생, 올해 잇달아 터진 은행권 금융사고와 맞물리며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우리금융은 영업조직에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모든 직원이 내부통제 업무경력을 갖도록 하며 내부자 신고에는 최대 10억원 포상금을 주기로 했는데, 금융사고 근절에 대한 우리금융의 고민이 작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 회장은 20일 열린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금융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CEO들이 솔선수범해서 윤리경영 문화를 완성해달라"고 언급, 그룹 리더십들에게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