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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뛰자 韓 국채 이자도 연고점...짙어지는 고금리 공포

국채 2·3·5·10년물 4%대 '최고점'...미 국채금리 오르면서 시장 자극
대출금리·조달비용 상승 가능성...한은, 마땅찮은 대응 수단에 '고심'

 

[FETV=권지현 기자] 고금리 공포가 우리 경제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세계 시장금리의 바로미터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면서 우리 시장을 흔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 침체, 하반기 반등)의 경기 흐름을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반등은커녕 암울한 경기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2.1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351%에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3%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이다. 직전 연고점(4.05%)보다 30bp 높은 수치다. 

이날 국고채 시장에서는 1년물을 제외한 모든 채권의 금리가 연고점을 다시 썼다. 국고채 2년물과 3년물, 5년물은 각각 18.5bp, 22.4bp, 26.1bp 오른 연 4.065%, 4.108%, 4.203%를 기록했다. 이들이 올 들어 4.0%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국채 금리가 일제히 최고치를 다시 쓴 데는 연일 치솟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3bp 오른 4.685%로 장을 마쳤다.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뜻하는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금리를 끌어올렸다. 4일에도 기조를 이어갔다.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는 각각 6bp가량 밀린 4.74%, 5.10% 근방에서 거래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 국채 금리는 환율도 자극했다. 4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14원 넘게 올라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2원 급등한 1363.5원에 마감,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0일(1377.5원)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은 발등에 불이다. 미 금리가 뛰면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고,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등 금융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8월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보고서에서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주요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전망,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상당폭 높아졌고, 장기 국고채 금리는 주요국 국채금리와 함께 상승했다"고 진단한 바 있으나, 오름폭은 이달 더 확대됐다.

 

당장은 안그래도 힘겨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3903개로, 전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외감기업)의 15.5%에 달했다. 특히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03개사로 전체 한계기업의 23.1%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채권금리가 오르면 그보다 신용도 낮은 회사채 금리는 더 크게 뛸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워 회사채 발행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일반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1조1047억원 순상환(채권 발행 규모가 만기 도래 규모보다 작은 것)됐다. 

 

높은 금리는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취약 가계와 자영업자들에게도 치명타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개월새 1조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당분간 국내외 고금리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경기 회복도 불확실한 만큼 한계를 맞는 자영업자 수와 이들의 부실 대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한은의 방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잇단 기준금리 동결 고수를 멈추고 일정 기간 미 긴축 기조를 따라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기업 등의 부담을 생각하면 여전히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후 "앞으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중요한 것은 국채금리와 환율"이라며 "한은으로선 글로벌 긴축 기조에 발맞출 것인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한계기업과 자영업 특성을 고려해 지역·업종별로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정책 지원 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