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은행·증권·보험·카드·캐피탈 등 7개 금융업권 가운데 5개 업권의 부실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증권사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1.8%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5.7%에서 작년 말 14.8%로 뛰더니, 올해 상반기 추가로 7.0%포인트 올라 20%를 넘어섰다.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으로 취급한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6월 말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부동산PF NPL비율은 4.6%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6월 말 1.8%였음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국내 캐피탈사는 더 크게 뛰었다. 6월 말 이들의 합산 NPL비율은 역시 4%를 웃돈 4.1%로, 전년 같은 기간(1.0%)의 네 배에 달한다.
이외 보험사와 카드사(3월 말 기준)도 각각 NPL비율 0.89%, 0.7%를 기록, 1.0%를 밑돌았으나 역시 자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사들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연체율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권의 PF 대출 잔액은 작년 말 39조5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3조1000억원까지 늘었으며, 연체율은 3월 말 0%에서 6월 말 0.23%까지 치솟았다.
저축은행의 경우 PF 익스포저는 10조원 수준이지만, 연체율은 작년 말 2.0%에서 올해 6월 말 4.6%로 크게 올랐다. 상호금융업권은 6월 말 기준 PF 익스포저가 4조8000억원이었으며, 연체율은 작년 말 0.09%에서 6월 말 1.12%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업의 PF 대출은 43조7000억원, 연체율은 0.73%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일시에 이들 부실 채권을 대규모 손실로 인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PF 안정조치가 이어지는 만큼 업권별 PF 연체율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금융권 부동산PF 리스크 완화에는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금리안정과 부동산시장 여건 개선 등 근본 해결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권의 부동산PF 건전성 관리를 위한 부실 사업장에 대한 손실인식과 연체채권 상각처리 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익스포저가 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손실인식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