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달러 가치도 치솟아 또 다시 '강(强)달러'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디폴트 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의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 국채금리의 상승세가 우리 시장에 대한 위험 신호를 키워 환율 조정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328%까지 치솟아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증시 마감 시간이 지난 현재 4.284%로 다소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15년래 최고치인 전날 종가(4.258%)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미 30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고정 금리도 치솟았다.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평균 7.09%로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전주 평균(6.96%)보다 0.13%p, 1년 전(5.13%)보다 2.0%p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중 장기고정금리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미 시장은 이번 금리 급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시장금리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크게 오른 것은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때문이다. 7월 미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7% 올라 시장 전망치(0.4%)를 상회하는 등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더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시각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16일 공개된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과도한 긴축을 경계하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상승'을 우려,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에는 한계를 긋는 것이지만 금리 인하 시점 역시 시장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뜻한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생을 늘릴 것이라 공언한 점도 미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6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세가 더 진행될 수 있다며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년 간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 평균(2.90%)보다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인 유명 부동산개발업체 에베그랜드(중국명 헝다)가 17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등 중국 부동산 디폴트 우려까지 겹치며 달러가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1원 오른 13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지난 5월17일 세운 연고점(1343.0원)을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1340원선에 진입한 것은 5월2일(1342.1원) 이후 처음이다.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엔화 환율도 이날 오전 달러당 146엔대로 상승,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제 위기감에 금리를 내린 중국의 위안화는 더 약해지고 있다. 17일 장중 역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1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는 이미 지난 5월부터 환율 방어선인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를 깬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달러와 미 국채금리의 동반 상승은 통상 신흥 시장에 대한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며 "이달 들어 우리 증시가 힘을 못쓰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채금리 상승으로 17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0.91p(0.84%) 내린 3만4474.83으로 거래를 마쳤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7.70p(1.17%) 하락한 1만3316.93으로 장을 마감했다.